시장 규모 늘었지만 상품 구성은 여전히 '천편일률'
인버스·레버리지, 시장대표 주식형 외 선택권 제한
국내ETF만 금융소득과세 포함...세제 역차별도 걸림돌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한국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여타 펀드 대비 저렴한 거래 비용에 변동성 장세에서 개별 종목 대비 리스크 관리가 효과적이라는 매력이 부각되며 최근 10년새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은 ETF보다는 개별 종목을 선호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해외주식 투자 비중 확대와 함께 여전히 부족한 상품 다양성, 제도적 미비 등이 추가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 규모는 지난해 처음으로 40조원을 넘어섰다. 10년전인 2008년 3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상장 종목 역시 2008년 37개에서 413개로 증가했다. 코스피 시장총액 대비 비중도 0.6%에서 3.1%로 확대되는 등 지난 10년간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렸다.
ETF는 특정지수의 성과를 추적하는 인덱스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게 한 펀드를 말한다. 추종하는 지수의 구성 종목으로 펀드를 구성하는 만큼 개별 종목 전체를 매수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추구한다.
낮은 투자비용도 장점으로 꼽힌다. ETF는 일반 펀드에 비해 운용보수가 저렴하고 매매시 증권거래세가 부과되지 않아 거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개황 [자료=한국거래소] |
이미 자본시장 선진국에서는 ETF가 개별 종목 투자와 맞먹는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패시브 전략이 성행하면서 높은 투명성과 매매 편의성, 자산배분 효과를 두루 포함한 ETF가 매력적인 투자 수단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김진영 키움증권 ETF 전략가는 "글로벌 ETF 시장은 올해만 20% 가까이 성장하며 7월말 기준 자산만 5조6000억 달러에 달한다"며 "스마트베타, 액티브·테마형 ETF, EMP(ETF Managed Portfolio) 펀드 등 다양한 유형의 상품들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ETF 시장에 대한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올 들어 개인투자자들의 매수·매도 상위 10종목에 포함된 종목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매수), KODEX 레버리지(매도) 등 2종목에 불과하다. 각각 5종목, 6종목이 이름을 올린 외국인, 기관과는 다소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의 다양성이 부족한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9월말 기준 ETF 일평균 거래대금을 살펴보면 레버리지/인버스가 전체의 63%를 차지했다. 이어 시장대표 주식형이 25.8%로 두 가지 유형에서만 9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기록중이다.
한 대형 증권사 PB는 "2002년 ETF 도입 이후 많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만한 차별화된 상품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상품 라인업이 단순하다보니 지수 방향성에만 베팅하는 레버리지나 인덱스에 거래 비중이 쏠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이형석 기자 leehs@] |
여기에 복잡한 과세 체계도 개인투자자들의 추가 진입을 막는 요인이다.
국내에 상장된 ETF의 경우 매매할 때마다 배당소득세 15.4%가 과세된다. 배당소득으로 분류되는 만큼 다른 금융이자 및 배당소득과 합쳐 일정 금액이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로 편입된다. 수수료나 편의성에서의 상대적 우위에도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ETF에 투자하기를 고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성현 KB증권 글로벌BK솔루션 팀장은 "해외상장 ETF에 투자시 양도소득세 22%가 부과돼 언뜻 부담이 더 크다고 생각하지만 250만원 미만일 경우 면제된다는 장점이 있다"며 "반면 국내 ETF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항목에 포함돼 누진세율이 적용되면 더 큰 세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상품 다양성 확보와 함께 현재 진행 중인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편시 국산 ETF를 손익통상에 합산하는 내용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해외주식 직접투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ETF마저 해외 상장 상품에 빼앗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증시에서 벗어나 해외주식, 국채, 테마형 등 투자자들의 관심을 보일 만한 상품 발굴에 업계가 관심을 쏟아야 한다"며 "동시에 해외투자보다 국내투자가 더 손해를 보는 세금 역차별 문제도 해소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