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이 15년만에 처음 실시한 유로화 표시 국채 발행에 투자자들이 '골드러시'를 연출했다.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이른바 '서브 제로' 채권 물량이 15조달러에 달하는 가운데 고수익률에 목마른 투자자들이 입찰에 공격적으로 뛰어든 것.
유로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투자자들은 이미 중국의 채권 추가 발행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6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은 15년만의 첫 유로채 발행을 통해 40억유로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번 입찰에 몰린 해외 자금은 200억유로에 달했다. 특히 유로존 지역의 연기금과 그 밖에 장기 펀드가 공격적인 입질에 나섰다.
채권 만기는 각각 7년과 12년, 20년으로, 0.197%와 0.618%, 1.078%의 수익률에 발행됐다. 7년 만기 독일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 0.5%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매력적인 수익률이라는 평가다.
중국이 이번에 발행한 채권과 같은 만기의 유로존 주요국 국채가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고 있어 기관들에게 놓칠 수 없는 투자 기회였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유로채 발행은 중국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 0.31% 선에서 등락하는 반면 같은 만기의 미국 국채 수익률이 1.8%로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만큼 달러화 채권 발행에 비해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춘 셈이다.
도이체방크의 사무엘 피셔 중국 자본시장 헤드는 FT와 인터뷰에서 "발행 결과가 호조를 이룬 데 따라 중국 정부의 추가적인 채권 매각이 예상된다"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아시아 채권에 대한 뜨거운 수요가 확인된 셈"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신흥국 투자에 집중하는 펀드뿐 아니라 유럽 지역에 무게를 두는 현지 연기금과 보험사들도 이번 중국 유로채 입찰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HSBC의 숀 맥넬리스 채권 헤드 역시 "투자자들의 강력한 수요가 확인된 만큼 중국 기업들의 유로화 표시 채권 발행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고수익률 이외에 포트폴리오 분산 측면에서도 중국의 유로채가 상당한 투자 매력을 지닌다는 데 업계 전문가들은 의견을 모으고 있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 역시 자금 조달원을 다변화해야 하는 상황이고, 때문에 발행 수요 역시 앞으로 늘어날 여지가 높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달러화에 지나치게 치우친 데 대해 커다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회계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회사채 가운데 유로화 물량의 비중이 약 5%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초 이후 중국 기업과 은행권이 발행한 달러화 표시 글로벌 채권은 1800억달러에 달한 반면 유로화 표시 채권 발행 규모는 77억유로에 그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달러화에 치우친 글로벌 채권 발행을 분산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중국의 디폴트 리스크는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중국 채권의 디폴트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한 신용부도스왑(CDS)가 0.37%포인트로, 11년래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다.
1000만달러 물량의 채권 디폴트 리스크를 헤지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이 3만7000달러라는 의미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