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앞으로 10년간 장기 투자 수익률이 과거 20년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금리까지 이른바 3저(低) 현상이 지속되면서 주식과 채권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포트폴리오의 잠재 수익률을 깎아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구조적으로 불리한 시장 여건을 감안, 투자자들은 눈높이를 낮추는 한편 전통적인 투자 전략 가운데 작동하지 않는 부분을 손질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현지시각) 모간 스탠리는 보고서를 내고 앞으로 10년간 주식 60%와 채권 40%의 비중을 근간으로 한 포트폴리오의 기대 수익률이 연 2.8%에 그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는 과거 20년간 이 같은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창출했던 연간 수익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 및 주요국 전반으로 번지는 무역 장벽과 공급망 교란, 정치적 리스크 등 굵직한 악재로 인해 지구촌 성장률이 한풀 꺾였고, 저성장 기조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되면서 투자 환경을 해칠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저물가와 저금리 역시 장기적인 기대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1.50~1.75%로 인하, 이른바 중기 조정을 마무리했지만 미국을 필두로 한 주요국의 벤치마크 국채 수익률이 저조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모간 스탠리는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반적인 투자 수익률이 하강 기류를 타는 것은 물론이고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 채권으로 손실을 상쇄하는 일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각국의 통화완화 정책에 힘입은 위험자산의 상승 탄력도 앞으로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모간 스탠리는 강조했다.
앤드튜 시트 모간 스탠리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투자 수익률은 밋밋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과거 20년에 비해 크게 꺾인 시장 여건에 익숙해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침체 리스크 속에 전세계 투자자들이 채권 매입에 뛰어든 데 따라 버블이 형성되기 시작됐고, 이로 인해 주식 60%-채권 40%의 전통적인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투자자들까지 일격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다.
한편 올해 글로벌 주식시장은 연이은 악재 속에서도 탄탄한 상승 흐름을 탔고, 특히 미국이 두각을 나타냈다.
MSCI에 따르면 뉴욕증시가 연초 이후 22.5%에 달하는 상승 기록을 세웠고, 유럽과 중국이 각각 15%와 9.6% 상승했다. 이머징마켓의 상승률은 8.6%로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모간 스탠리는 시장별 명암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리스크로 홍역릉 치르는 영국 증시가 앞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한편 신흥국 역시 강세가 예상된다는 것.
반면 골드만 삭스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투자자들에게 미국 주식의 비중 확대를 권고했다.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에 이르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졌지만 상대적으로 강한 미국 경제 펀더멘털과 성장률에 기대 뉴욕증시의 기대 수익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 합의가 타결될 경우 뉴욕증시와 달러 자산의 강세 흐름이 두드러질 것으로 골드만 삭스는 내다봤다.
이 밖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이 지구촌 경제의 성장 불균형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수익성과 거시경제 지표의 희비가 엇갈릴 여지가 높고, 특정 지역의 베팅에 따른 승패가 확연하게 갈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