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월가 투자은행(IB) 업계의 기업 재무 평가에 새로운 잣대가 등장했다.
다름 아닌 기후변화. 2년간 이어지는 캘리포니아 대형 산불과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여기에 잦은 지진과 허리케인 등 천재지변이 기업의 자산 가치와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대응이다.
캘리포니아 삼킬 기세의 대형 화마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전세계 곳곳에 대규모 기후변화 시위가 번지는 가운데 마침내 월가가 경각심을 내비치는 모습이다.
5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월가의 애널리스트와 펀드 매니저들이 기후변화를 새로운 투자 리스크로 지목, 종목 분석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 이른바 ESG(환경, 소셜, 지배구조) 펀드 운용자들에게 국한됐던 문제에 월가의 애널리스트와 펀드 매니저들이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등 대형 산불과 홍수 등 극심한 천재지변 위험에 크게 노출된 지역의 기업들이 집중적인 분석 대상이다.
해당 지역에 부동산과 생산 설비 등 자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매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경우 재무건전성과 수익성 평가에서 불리한 입장이다.
월가 투자자들은 위험 노출 규모를 파악하는 한편 재난이 닥칠 때 구체적인 손실 리스크를 진단하는 데 분주한 움직임이다.
아울러 기후변화에 대한 각 기업의 대응력을 점검하는 일도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던 월가 애널리스트 사이에 중요한 업무로 자리잡았다.
시장조사 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어닝 시즌에 기후변화에 따른 잠재 위험을 도마에 올린 기업은 70개를 웃돌았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콜롬비아 부동산 펀드의 아더 헐리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기업 경영자들과 만날 때 기후변화로 인한 리스크를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비중 있게 다룬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 최대 전력 업체인 퍼시픽 가스 앤드 일렉트릭(PG&E)가 연이은 대형 산불에 따른 충격에 1월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기후변화 문제가 월가에 현실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미 국립환경정보센터(NCEI)에 따르면 올 들어서만 10억달러 이상의 대규모 손실을 일으킨 천재지변이 10건에 달했다. 연말까지 수치는 1980~2018년 평균치인 6.3건에 비해 두 배 가량 상승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기업은 물론이고 보험 업계의 재무 평가 역시 크게 달라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유틸리티 업체가 발행한 회사채의 매도가 봇물을 이루는 등 이미 기후변화 리스크가 월가를 움직이는 모습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