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박물관 소장 우리 문화재, 보존 후 국내 전시
국민에 문화재 소중함 알려…韓 문화 전파에 일조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박물관이 훼손된 우리 문화재를 복원하는 사업 뿐 아니라 이를 전시로 연계해 국민과 공유하는 자리를 늘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고궁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은 해외 박물관이 소장한 우리 문화재를 보수하고, 이를 소장처를 보내기 전 국내에 소개하는 전시를 마련해 눈길을 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외국박물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미국 포틀랜드박물관이 소장한 자수 병풍 2건과 스위스 리트베르크박물관 소장품 '추파당대사 진영'의 보존처리를 완료하고 전시를 개최했다. 병풍전은 지난 7월2일부터 17일까지 열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09년부터 한국실 지원 사업을 시작해 외국박물관에 소장된 한국 문화재를 보존하고 전시, 교육으로 이어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활용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자수화조도 병풍 처리 후 [사진=국립중앙박물관] 2019.07.01 89hklee@newspim.com |
국립민속박물관은 올해 처음으로 해외 박물관 소장품 보존처리를 진행했다. 이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협력한 프로젝트다. 해외 박물관의 훼손된 우리 문화재를 보존처리하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2016년 실태 조사를 통해 독일 상트오틸리엔수도원에 소장된 단령을 확인했다. 훼손상태가 심각해 국립민속박물관에 인계했다.
이 단령은 1909년 한국에 선교차 온 독일인 신부 도미니쿠스 엔스포르가 수집한 조선시대 신랑의 혼례복이다. 1925년 독일 상트오틸리엔수도원의 수도원장 노르베르트 베버가 1925년 한국 체류 당시 연출·제작한 무성기록 영화 '한국의 결혼식'에 등장하기도 한다. 전시는 내년 1월 27일까지 선보인다.
국립고궁박물관은 국내에 들여와 보존처리를 마친 서화를 전시했다.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과 필라델피아미술관, 스웨덴 동아시아박물관, 영국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 독일 로텐바움박물관과 상트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 등 4개국 6개 기관 소장품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박지선 용인대학교 문화재학과 교수, 정재문화재연구소가 2017년부터 보존·복원을 진행한 해외 박물관 소장 한국 회화와 자수 병풍 12점도 눈길을 끌었다. '우리 손에서 되살아난 옛 그림 전시'로 기획된 이 전시는 지난 9월 11일부터 10월 13일까지 관람객과 만났다. 국립고궁박물관 지연수 과장에 따르면 '옛그림'전 전시 기간 다녀간 방문객은 14만8736명이다. 고궁박물관 전시는 무료로 진행돼 전시별 관람객수를 집계하지 않고 기간별 방문객을 정리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국립민속박물관이 보존처리한 단령 [사진=국립민속박물관] 2019.10.30 89hklee@newspim.com |
지연수 과장은 '옛그림'전에 대한 관람객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재단에서 해외 박물관 소장품 보존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처음 알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또 해외박물관에 좋은 작품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는 시민들 이야기가 들려왔다"고 언급했다. 이어 "'옛그림'전과 관련해 심포지움도 열렸는데 학계 관계자가 아닌 일반 사람들도 많이 왔고 흥미를 보였다. 문화재 보존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구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차미애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조사활용1팀 팀장에 따르면 올해부터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보존 사업을 진행한 해외 박물관 소장 우리문화재는 소장처로 보내기 전 국내에서 전시를 치른다. 그 기관이 국립고궁박물관이 됐다.
지 과장은 "'옛그림'전은 보존처리가 잘됐고, 작품도 상당히 좋아 관람객 반응이 좋았다. '옛그림'전에 선보인 유물들은 왕실 것은 아니었지만 관람객에도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향후에도 재단이 보존처리를 마친 우리 문화재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내년에는 미국 오하이오 데이턴미술관 소장품인 '해학반도도'(병풍)를 전시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에서 보존처리 중이다. 금박 병풍인데 크기가 엄청나다. 한 작품이지만 그 자체로 관람객의 눈길을 끌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데이턴 미술관 소장 '해학반도도'는 현재 보존처리 중이며 내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시된다. [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2019.09.04 89hklee@newspim.com |
차미애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팀장은 해외 박물관 소재 우리 문화재 보존 사업은 국가 간 문화 교류의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박물관에 소장된 우리 유물이 상태가 좋지 않아 활용도 못하고 빛을 못 보는 경우도 많다. 재단에서 보존 처리를 함으로써 국내에서 공개할 기회를 갖고, 외국 박물관에서도 우리 문화재를 활용하고 전시해 우리 문화를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박물관 소재 우리 문화재를 보존처리 과정에서 연구 성과도 얻을 수 있다. 차 팀장은 "보존처리하는 과정 안에 작품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단순히 그림에 대한 보존처리만 하는 게 아니라 이와 관련한 원료, 역사적 기록, 문서를 추가적으로 발견하게 되고 분석하면서 국내 연구 자료로 남는다. 또 전시로 이어지니 큐레이터들도 관심을 갖고 연구한다. 요즘은 영상으로 촬영해 보존해 자료로 남기기가 더 좋다"고 말했다.
이어 "보존처리를 마치고 해외로 다시 나간 우리 문화재는 한국에서 전시가 필요하면 언제든 협조가 가능하다. 올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린 '신여성 도착하다'에서 김은호의 '미인승무도'도 플로리다 대학 사무엘 P.하른 미술관 소장품으로 2016년 재단이 보수 처리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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