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의 자동차업체 혼다와 전자기기 제조업체 히타치(日立)제작소가 손을 잡고 산하의 부품업체를 합병한다고 31일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히타치의 자회사인 '히타치 오토모티브 시스템즈'와 혼다 산하에 있는 게이힌(ケーヒン)과 쇼와(ショーワ), 닛신공업(日信工業) 4개사의 합병이 추진된다. 합병으로 탄생하는 새 회사 최고경영자(CEO)에는 브라이스 코흐 히타치 오토모티브 시스템즈 CEO가 취임한다.
코흐 CEO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각사의 장점을 통합해 글로벌 메가 서플라이어(대형 부품공급 업자)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혼다자동차의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번 합병은 'CASE'(커넥티드카·자동운전·공유·전동화)로 불리는 차세대 이동수단 개발 경쟁을 위한 것이다. 이미 서구권에서는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상품군을 다양화한 '메가 서플라이어'의 존재감이 뚜렷해지고 있다.
신문은 "거액의 개발비가 필요한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 성장하기 위해선 규모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일본 기업도 계열사에 의존해선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고 했다.
닛산자동차의 경우 카를로스 곤 전 회장 하에서 '계열 해체'가 진행됐다. 2017년엔 닛산 계열사 중 최대 부품제조사였던 '칼소닉칸세이'의 모든 지분을 내려놨다. 이후 칼소닉칸세이는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바일'(FCA) 계열로 편입됐다. 사명도 '마레리'로 변경해 FCA 계열이라는 색을 옅게했다.
토요타자동차도 최근 그룸 부품제조사의 사업을 집약하기 시작했다. 이들 부품사는 토요타 외 다른 회사와의 계약도 확장키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체력을 키우겠다는 의도다. 도쿄모터쇼에선 부품기업들이 공동으로 만든 차내 시스템을 전시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부품을 제작하는 '패키지형'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혼다의 경우 계열사 내에서만 거래를 고집하는 까닭에 이 같은 움직임에서 뒤쳐진 상태다. 이번 합병 대상이 된 게이힌과 쇼와, 닛신공업의 매출에서 혼다 외의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30%에 불과하다.
합병을 통해 CASE분야에서 기존 메가 서플라이어와 비슷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히타치 오토모티브 시스템즈의 2018년도 영업이익률은 3.9%에 불과하다. 이는 2021년도 10%수준이라는 목표치에 크게 하회한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혼다의 움직임은 아직 첫 걸음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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