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로크한 볼이 홀을 돌아나와 발에 맞으면 취소하고 다시 쳐야한다'는 점 상기를
Q: 10월초 미국의 한 프로대회에서 선수가 퍼트한 볼이 자신의 발에 맞은 후 벌타를 받았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그 전말이 궁금합니다.
A: [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지난 13일 열린 미국PGA 챔피언스투어 SAS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타이거 우즈의 중매를 섰던 예스퍼 파니빅(54·스웨덴)입니다.
3번홀(길이 209야드)에서 파니빅은 짧은 보기 퍼트를 했습니다. 볼은 홀을 돌아나오더니 파니빅의 발에 맞았습니다. 별 생각이 없었던지,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지, 파니빅은 발을 치우고 볼이 멈춘 자리에서 더블보기 퍼트를 하고 걸어나왔습니다. 그 때 경기위원이 "잠깐!"하고 파니빅을 세웠습니다.
경기위원은 그 자리에서 미국골프협회(USGA)에 전화를 걸어 판정을 요청했습니다. USGA 담당자는 "프로대회에서 지금껏 이런 일로 문의해 온 적이 없었다"며 "잘못된 장소에서 플레이했기 때문에 2벌타를 부과해야 한다"고 알려왔습니다. 파니빅은 2벌타를 받았습니다.
퍼트한 볼이 홀을 돌아나와 자신의 발에 맞으면 그 스트로크를 취소하고 종전 쳤던 곳에서 다시 스트로크해야 한다. 물론 벌타는 없다. 악용될 소지가 있는 규정이다. [사진=골프다이제스트] |
골프 규칙 11.1 예외2에 '퍼팅그린에서 플레이한 볼이 퍼팅그린에 있는 사람, 동물, 움직일수 있는 장해물(움직이고 있는 다른 볼 포함)을 우연히 맞힌 경우 그 스트로크는 타수에 포함되지 않으며, 반드시 원래의 볼이나 다른 볼을 원래의 지점에 리플레이스해야 한다'고 돼있습니다. 여기에서 사람에는 플레이어 본인이나 그 캐디, 다른 플레이어나 그의 캐디 등이 망라됩니다.
규칙대로라면 파니빅은 보기 퍼트한 것을 취소하고 볼을 직전 쳤던 곳에 놓고 다시 퍼트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볼이 멈춘 자리에서 다음 스트로크를 했으므로 잘못된 장소에서 플레이한 것이 됐습니다. 다만 스코어는 보기 퍼트한 것은 카운트 하지 않으므로 2벌타를 가하더라도 트리플 보기(6타)가 됩니다.
이같은 일이 알려지자, 새 규칙을 잘 모르는 일부 언론에서는 '세상에 멀리건을 받지 않았다고 벌타를 주는 룰이 있나!'고 빗댔습니다. 직전 스트로크를 취소하고 다시 쳐야 하는 규칙을 멀리건에 비유한 것입니다.
어쨌든 퍼팅그린에서 자신이 스트로크한 볼이 우연히 자신을 맞힐 경우 그 스트로크를 취소하고 다시 쳐야 합니다. 퍼팅그린 밖에서는 벌타없이 볼이 멈춘 곳에서 다음 스트로크를 하면 됩니다.
파니빅의 사례에서 영악한 골퍼들은 머리를 굴릴 수 있습니다.
'앞으로 쇼트 퍼트를 할 때에는 헤드업을 안한다는 구실을 대고 2~3초동안 스탠스를 풀지 말아야겠네. 깃대를 꽂은 채 쇼트 퍼트를 할 경우엔 더 말할 것도 없겠고. 혹 쇼트 퍼트가 홀을 스쳐 돌아나와 내 발에 맞으면 그 퍼트를 취소하고 다시 친다지 않은가. 쇼트 퍼트이므로 다시 스트로크하면 그 때에는 홀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지 않은가.'고 말입니다.
전혀 엉뚱한 생각이라고 치부할 수 없습니다. 규칙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한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현행 규칙이 그렇게 돼있으니까요. 파니빅의 사례를 보고 앞으로 USGA와 영국골프협회(R&A)에서 해당 규칙을 수정할지 모르나, 그러면 그때 가서 따르면 됩니다.
다만, 쇼트퍼트가 실패할 경우 그 볼이 발에 맞도록 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발을 움직이거나, 비합리적으로 오랫동안 스탠스를 풀지 않는다면 2벌타가 따를 수 있다는 것<규칙 11.2>은 생각해야겠죠? ksmk754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