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내에 중국 전역에 국제 수준의 상업 중심 도시 건설
지방 정부 상업과 소비 활성화 위한 중장기 플랜 앞다퉈 발표
[서울=뉴스핌] 강소영 기자=중국이 내수 촉진을 위한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 세제 혜택과 재정확대 등을 통한 내수 진작 효과가 뚜렷하지 않자 보다 적극적인 소비 활성화 지침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상무부 등 14개 부처는 최근 공동으로 '국제 소비센터 도시 건설을 위한 지침'을 발표했다. 향후 5년 내에 국제화 수준이 비교적 높고, 지방정부의 사업 의지가 강한 곳을 중심으로 상업과 소비 중점도시 조성을 지원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국제적 상업·소비 중점 도시 건설을 통해 △ 현지의 소비 상업 자원 업그레이드와 집중화 △ 새로운 소비 상권 구축 △ 소비를 통한 산업 혁신 추진 △ 소비 트렌드 견인 △ 소비 환경 개선과 촉진을 위한 시스템 구축 등을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상무부는 '국제 소비센터 도시'가 소비 자극과 사업구조 개선 효과를 유도, 내수가 진정한 경제성장의 엔진으로 확립되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수출주도 경제성장의 한계에 부딪히고, 경제성장률 둔화가 뚜렷해지면서 중국 내수주도형 경제성장을 추구해오고 있지만 가시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통한 인프라 건설 확대도 유도하고 있지만, 지방정부의 재정 압박으로 성과가 미진한 상황이다.
기업과 소비자에 대한 감세 정책도 전개했지만 소비 진작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갈수록 하락하고, 올해 3분기 거시경제 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중국 정부의 긴장감도 고조됐다. 이러한 배경에서 중국 정부가 소비를 보다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그랜드 전략'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소비센터 도시 건설 프로젝트'의 핵심은 소비의 양적 팽창이 아닌 질적 성장을 추구한다. '국제'라는 타이틀을 붙인 것도 소비 수준과 산업 구조의 혁신적 업그레이드 실현을 위한 중국 정부의 목표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세계 최대의 소비 시장으로 성장할 정도로 양적 팽창을 이루는 데는 성공했지만, 경제성장의 새로운 엔진 역할을 하기엔 질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중국을 넘어 세계적 온라인 '쇼핑 축제'로 거듭난 솽스이(雙十一·11월 11일 진행되는 전자상거래 판촉 행사) 매출액은 매년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2009년 첫해 500억위안이었던 매출액이 일 년 후인 2010년 9억6000만위안으로 껑충 뛰었다. 일 년 만에 1772%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2012년에는 100억 위안을 넘어섰고, 2016년에는 1000억위안을 돌파했다. 2018년에는 2134억위안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 선진 도시 상하이 1년 소비액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대규모 인구를 기반한 소비 총액 팽창에는 성공했지만, 소비의 질적 향상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소비 주도형 경제구조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민 전반의 평균 소비 금액을 높이고, 소비 품목의 업그레이드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번에 발표된 '국제 소비센터 도시 건설 지침'은 이러한 내부적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의 전반적 업그레이드를 위한 종합 계획인 셈이다.
◆ 지방 정부 국제 상업도시 구축 앞다퉈 나서
중앙 정부의 지침에 따라 지방 정부의 참여도 활발하다. 상무부 발표가 있는 후 저장성(浙江省) 닝보시(寧波市)는 '국제소비 도시 실시 방안'을 발표하고 국제소비 도시 건설 참여에 나섰다. 2021년까지 △ 수입품 소비 집중 센터 △ 장삼각(長三角) 쇼핑센터 중심 도시 △ 전국 소비 편리화 시범 도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에 기반해 향후 5년 닝보시 소비 총액 규모를 5300억위안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닝보시는 연간 8% 이상의 소비 규모 증가율을 달성해야 한다.
중국 최고 경제 발달 도시인 상하이는 올해 5월 ''상하이 쇼핑' 브랜드 구축과 국제소비 도시 건설을 위한 3개년 행동계획(2018~2020)'을 발표하고, 소비 중점 도시 구축에 앞서 나섰다.
이밖에 베이징(北京), 광저우(廣州), 청두(成都), 우한(武漢), 시안(西安) 등도 각자의 도시 특성과 소비 환경을 특화 한 상업 중점 도시 계획안을 발표, 추진하고 있다.
국제 소비 중점 도시가 되기 위해선 지역 내수 시장의 규모가 크고, 중국인의 해외 소비를 국내로 전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 주변 지역으로 소비를 확산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중국 매체 디이차이징(第一財經)은 지역 소비 규모가 큰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등 대도시가 국제 상업·소비 중점 도시로의 조건을 가장 잘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 세 개 도시의 2018년 소비 총액은 평균 9000억위안(약 149조원)을 넘어선다.
한편, '국제'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해외여행객이 많고 외국 브랜드의 진출이 활발한 도시에 유리하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대도시와 함께 칭다오(青島), 항저우(杭州), 샤먼(廈門), 이우(義烏), 구이린(桂林) 등이 유력 후보지로 꼽힌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중서부 내륙 도시를 대상으로 한 국제 소비 중점 도시 건설도 병행될 전망이다.
중서부 지역의 소비 규모와 수준이 함께 상승하고 있는 점도 내륙 소비 중점 도시 건설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과 디지털 길 안내 소프트웨어 가오더디투(高德地圖 AMAP)가 함께 발표한 '2019년 3분기 중국 주요 도시 교통분석 보고'에 따르면, 서부 내륙 도시의 휴일과 야간 교통량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량 증가는 경제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중서부 내륙에 위치한 시안은 야간 소비 활동이 매우 활발해지고 있다. 야간 교통 체증 지수가 1.440으로 중국 전국 주요 도시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