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태국 바트화의 랠리가 외환시장의 뜨거운 감자다.
연초 이후 7% 이상 급등, 6년래 최고치로 뛰자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 한편 추가 상승 베팅도 꼬리를 물고 있다.
태국 바트화 [출처=로이터 뉴스핌] |
태국 통화 당국은 브레이크 없는 바트화 강세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관광업을 중심으로 실물경기 타격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지만 가파른 통화 상승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상황이다.
2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태국 바트화는 장중 0.2% 가량 완만하게 상승, 1달러 당 30.228바트에 거래됐다.
연초 이후 바트화는 달러화에 대해 7.6% 치솟았다. 러시아 루블화를 제외하고 주요 신흥국 통화 가운데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
이날 장중 기준 바트화는 2013년 5월 이후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로이터에 따르면 태국 통화 당국은 자본 유출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지만 상승 열기를 꺾는 데는 역부족이다.
올들어 기록적인 강세 흐름에도 환시 트레이더들의 상승 베팅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바트화 상승 포지션이 8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 골드만 삭스는 태국의 탄탄한 경상수지 흑자가 통화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말 태국의 경상수지 규모가 GDP 대비 6%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22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과 바닥으로 가라앉은 인플레이션도 해외 투자자들의 바트화 베팅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태국 인플레이션은 0.3%로, 중앙은행 정책자들의 목표치인 1~4%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 밖에 금 선물 거래 급증도 바트화 상승에 한 몫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 선물 트레이딩의 허브로 통하는 태국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속에 반사이익을 챙겼다.
바트화 강세는 태국 경제 곳곳에 흠집을 내고 있다. 무엇보다 GDP의 20%를 차지하는 관광산업의 타격이 작지 않다. 수출업계 역시 홍역을 치르는 상황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태국 경제 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4.1%에 달했던 성장률이 올해 3%로 후퇴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통화 당국이 자본 규제를 완화하는 등 바트화 상승을 진정시키기 위한 대응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태국의 기준금리가 1.50%로 사상 최저치인 1.25%에 근접한 만큼 통화정책 측면에서 바트화 하락 리스크가 제한적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