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 전복사고·공항 경찰 폭행 사건으로 관광객 급감
'바트화 강세'로 저가 여행지 매력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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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세계적인 '관광 대국' 중 한곳으로 불리는 태국의 관광산업에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여객선 전복 사고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급감과 바트화 강세 등의 악재가 이어지면서 태국의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좌)가 태국 관광지 푸켓 근처에서 전복된 ‘피닉스’호에 탑승했던 중국인의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보트 전복사고·공항 경찰 폭행 사건으로 관광객 급감
지난해 7월 푸켓 인근에서 관광객과 승무원 등 총 101명을 태운 관광보트 피닉스가 악천후로 전복되는 참사가 벌어졌다. 사고로 101명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 47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피닉스 전복 소식은 중국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 상에서 빠르게 퍼져나갔으며, 수많은 중국인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패키지 투어를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중국 여행사들은 푸켓 대신 베트남 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몇 달 뒤 방콕의 돈므앙 국제공항에서 현지 경찰이 중국인 관광객에게 주먹을 휘두른 사건까지 벌어졌다. 폭행 장면을 촬영한 영상은 인터넷상에서 일파만파 퍼져나갔으며, 중국인의 공분을 일으켰다. 사건은 '미소의 나라'라는 태국의 명성에도 금이 가게 만들었다. 결국 쁘라윳 짠 오차 태국 총리가 사과하며, 사건 진화에 나섰으나 중국인 관광객 감소라는 후폭풍이 뒤따랐다.
사실 태국이 중국인 관광객을 마냥 호의적으로 바라본 것은 아니었다.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온 태국 관광산업 호황의 주역에는 유럽 출신의 배낭여행객들이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유럽 여행객을 제치고 태국 관광업계의 최대 수입원으로 자리 잡은 것은 불과 몇 년되지 않은 이야기다. 지난 2012년 태국을 배경으로 한 중국 코미디 영화 '로스트 인 타일랜드'가 흥행에 성공하며, 태국 여행 붐에 불을 지핀 것이 관광객 증가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관광객 급증에도 불구하고 태국에서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바로 중국인 관광객의 '제로 달러 투어' 때문이다. 제로 달러 투어란 말 그대로 돈이 필요 없는 여행을 뜻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패키지 여행을 떠나 해외에서 중국인이나 화교가 운영하는 식당과 상점을 방문한 뒤 중국의 전자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로 결제를 하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태국 당국은 2016년 10월부터 단속에 들어가는 등 제로 달러 투어를 근절하기 위해 칼을 빼들기도 했다.
태국 방콕에 있는 태국중앙은행의 한 은행원이 70바트권 지폐를 봉투에 넣고 있다. 70바트권 지폐는 지난 2016년 6월 9일,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 즉위 70주년 기념으로 발행됐다. 2016.06.08.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바트화 강세'로 저가 여행지 매력 잃어
비록 태국 정부가 중국인 관광객의 '제로 달러 투어'로 골머리를 앓아오긴 했지만, 해마다 태국을 찾는 7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200만명이 중국인일 정도로, 중국 관광객이 태국의 관광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하지만 보트 전복사고 등 연일 악재가 이어지면서 태국의 관광산업은 울상을 짖게 됐다. FT에 따르면 올 여름 푸켓 자영업자들은 최악의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고 호소했다. 현지 호텔협회에 따르면 푸켓 내 호텔들의 객심 점유율은 40~50% 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FT도 이달 푸켓 올드타운의 중심지인 탈랑로드에 인적이 끊긴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관광객들을 태우고 푸켓 곳곳을 누비는 미니밴 운전자 추티몬 콩라오는 FT에 올여름 시즌이 약 10년 만의 최악의 시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여객기 사고 이후 영향이 있긴 했지만 올해는 최악이다"라며 "돈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고, 아무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켓 외에 치앙마이와 방콕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관광객 수는 연일 줄어들고 있으며, 태국의 관광업계는 연신 휘청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트화 강세가 태국 관광업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FT는 올 들어 바트화가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설명하며, 태국이 저가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잃고 있다고 전했다. 푸켓에서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벤-야 하라라크는 "그들(관광객)이 베트남과 캄보디아와 비교했을 때 (태국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태국을 매력적인 관광지로 평가받게 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저렴한 가격 때문이었는데, 바트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소위 말하는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가 떨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태국 관광산업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집계 방식에 따라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까지 차지한다. 이에 관광산업이 흔들릴 경우 태국의 경제로 이어지는 여파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태국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싱크탱크 태국개발연구소(TDRI) 회장은 FT에 관광업계가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관광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국 방콕에서 한 상점 직원이 부처님 동상을 진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