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장차 지구촌 환율전쟁은 달러화와 가상화폐를 축으로 불붙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주체가 된 가상화폐가 발행, 기축통화인 달러화와 한 판 힘겨루기가 펼쳐질 것이라는 얘기다.
달러화 [출처=로이터 뉴스핌] |
2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을 중심으로 각국 정부가 공식적인 가상화폐 발행을 검토 중이며, 이는 달러화를 중심으로 한 외환시장의 판도를 흔들 수 있는 변수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리브라에 강하게 반기를 드는 프랑스가 공적인 가상화폐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스웨덴과 캐나다, 스위스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이미 가상화폐 상용화와 관련해 실험을 진행 중이거나 기술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무엇보다 세간의 관심이 모아진 곳은 중국이다. 인민은행은 디지털 버전의 위안화를 연말이나 내년 초 출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영국 중앙은행 역시 이른바 합성패권통화 개념을 제시, 달러화와 위안화 등 시장 영향력이 높은 통화를 바스켓으로 한 가상화폐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이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가상화폐가 본격 도입되면 비트코인을 포함해 민간이 발행한 가상화폐에 비해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먼저,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가상화폐의 안전성과 신뢰성이 부각되면서 투자 자금이 집중, 민간 부문의 디지털 화폐 시장에 구축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제시됐다.
더 나아가 이른바 ‘포스트-달러’ 시대를 적극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월가는 물론이고 정책자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
전세계 교역에서 미국의 비중은 2차 세계대전 당시 28%에서 최근 8.8%까지 하락한 상황. 하지만 달러화의 지배력은 여전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중인 지타 고피나스 하버드대학 교수가 파악한 데이터에 따르면 전세계 교역의 40%가 달러와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전세계 무역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의 네 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와 별도로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전세계 외환 거래에서 달러화의 비중은 88%로 절대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국 수출입 업체들이 다양한 형태로 달러 포지션을 구축하고 이를 근간으로 거래하는 것은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와 상대적으로 낮은 거래 비용 및 편의성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재정 및 통화 정책과 달러화 등락이 지구촌 곳곳의 신용시장과 자본 유출입에 파장을 일으키고, 심지어 외환위기를 초래하는 실정이다.
각국 중앙은행 주도의 가상화폐가 본격화될 경우 글로벌 교역부터 외환 거래가 크게 재편될 수 있고, 달러화 패권을 흔들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지난 8월 잭슨홀 심포지엄에 참석, 단일 또는 다수의 새로운 디지털 화폐가 달러화를 포함한 주요 통화의 대안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이미 여건이 갖춰졌고, 당장 달러화 헤게모니가 무너지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포스트 달러’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뜩이나 레포 금리 급등으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단기 금리 통제력을 둘러싼 불신이 고개를 든 가운데 가상화폐가 연준을 뿌리부터 흔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버드대학의 제러미 스타인 교수는 WSJ과 인터뷰에서 “모든 거래가 달러화가 아닌 가상화폐로 이뤄지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미 연준이 통화정책을 추진할 수 없게 된다”며 “금리를 올리든 내리든 누구도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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