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에서 친 볼이 밖으로 나갔다가 되굴러올 경우 '볼이 벙커 밖에 있는 동안'엔 모래 고를 수 있어
김효주, 올해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일 14번홀 그린사이드 벙커에서 안타까운 장면 남겨
Q: 벙커샷을 한 후 볼이 일단 벙커를 탈출해 있는 동안 모래를 고를 수 있습니까?
A:[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예. 그렇습니다.
골프 규칙 12.2b(3)에 '벙커에 있는 볼을 플레이한 후 그 볼이 벙커 밖으로 나간 경우에는 플레이어가 벙커에 있는 모래를 건드려도, 코스를 보호하기 위해 벙커를 평평하게 고르더라도 페널티를 받지 않는다'고 나와 있습니다. 다만, '벙커에서 플레이한 볼이 도로 그 벙커로 들어가거나, 벙커에 있는 볼에 대해 플레이어가 그 벙커에 볼을 드롭함으로써 구제받는 경우에는 모래를 골라서는 안된다'고 돼있습니다.
또 '골프 규칙에 관한 해석' 8.1b/6에는 이와 관련해 '플레이어가 코스를 보호하는 동시에 고의로 스트로크에 영향을 미치는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모래를 평평하게 고르더라도 페널티가 없다'고 돼있습니다. 이 규정은 예전에도 적용됐고, 올해 발효된 새 규칙에서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골퍼들이 잘 모르는 부분일 뿐이죠.
US여자오픈에서 벙커샷이 뜻대로 되지 않자 실망스런 제스처를 하는 모건 프레셀. 이처럼 벙커샷 후 볼이 벙커 밖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자신이 만든 발자국을 고를 수 있다. [사진=USGA] |
요컨대 벙커샷을 한 뒤 볼이 벙커밖으로 나갈 경우, 볼이 벙커 밖에 있는 동안에는 벙커를 고를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 볼이 벙커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그 벙커로 들어오더라도, 볼이 벙커 밖에 있을 때만큼은 벙커를 골라도 됩니다.
지난 7월28일 미국LPGA투어 에비앙 챔피언십 4라운드 때의 일입니다. 김효주는 13번홀까지 1타차 단독 선두였습니다. 14번홀(파3)에서 유틸리티 티샷이 높은 벙커턱 아래에 멈췄습니다. 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습니다.
김효주는 그 벙커샷을 강행했는데 볼은 일단 벙커를 나가 2~3초 벙커밖에 머무르다가 경사를 타고 되굴러 다시 조금전 친 벙커로 들어왔습니다. 이럴 땐 여지없이 플레이어가 만든 발자국에 볼이 멈추죠. 자연의 법칙인지, 머피의 법칙인지….
김효주는 두 번째 벙커샷을 프린지에 올렸고, 그 곳에서 3퍼트를 하여 트리플 보기를 했습니다. 선두였다가 졸지에 고진영에게 2타차로 역전되며 선두자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그 대회에서는 고진영이 우승했고, 김효주는 챔피언에게 2타 뒤진 공동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때 김효주가 이 규정을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에 미칩니다. 규칙 중에서도 깊이 들어간 이 내용을 선수가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겠네요.
김효주가 이 규정을 알고, 첫 번째 벙커샷이 되굴러 내려올 때 재빨리 자신이 만든 발자국을 발로 골랐다면 두 번째 벙커샷은 한결 편한 라이에서 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당시 더블보기나 보기를 했더라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마추어 골퍼들도 이 규정을 이용해볼만 합니다. 벙커샷이 완전하게 구사되지 않아 밖으로 나간 볼이 다시 벙커에 들어올 경우, 발자국을 지운 곳에서 다음 벙커샷을 할 수 있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더욱 그 과정에서 볼이 발에 맞아도 페널티는 없습니다.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 동작이 빨라야 합니다. 그런 상황에 닥치면 미리 마음속으로 준비를 해뒀다가 재빨리 발로 모래를 골라야 합니다. 둘째 볼이 벙커밖에 있는 동안만 그렇게 하는 것이 허용됩니다. 볼이 되굴러 벙커로 들어온 이후에 모래를 고르면 일반 페널티가 따르므로 유념해야 합니다. 결국 '재빠른 동작'이 관건입니다.
라운드를 앞둔 골퍼들은 코스에 나가 한 번 시험해보시기 바랍니다. ksmk7543@newspim.com
◆제가 확실을 기하고자 이 사안에 대해 지난해 11월5일 USGA에 문의했습니다. 답변은 그 1주일 후 왔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2020년 3월4일 골프닷컴(golf.com) 홈페이지의 'RULES'에 실렸습니다. 참고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