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전세계 은행 중 절반 이상이 경기 하강 기류에 살아남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은행권이 크게 휘청거릴 수 있고, 비용 감축과 경영 효율성 개선을 위해 보다 과격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월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21일(현지시각)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연례 산업 분석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과 신흥국의 1000여개 은행 가운데 약 60%가 자기자본 조달 비용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록적인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지만 자기자본이익률이 자본 조달 비용을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얘기다.
나머지 40%의 은행 역시 계속기업 가치가 와해되는 실정이라고 맥킨지는 주장했다. 경제 위기가 닥칠 경우 절반 이상의 은행이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저금리와 저성장률이 고질화되는 데다 무역 마찰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등 구조적 리스크가 자리잡고 있어 은행권의 펀더멘털이 더욱 악화될 여지가 높다고 맥킨지는 강조했다.
여기에 애플과 구글을 포함한 IT 공룡 기업들의 금융 비즈니스 진출 역시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벗어나지 못하는 은행권에 커다란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금융 서비스 시장에서 입지를 대폭 확대하고 있고, 그 밖에 IT 기업들이 신용카드를 중심으로 수익성이 높은 사업 부문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은행권의 숨통을 조인다는 지적이다.
특히 아시아 신흥국의 은행을 둘러싼 전망이 흐리다. 지구촌 경제의 확장 국면이 종료를 맞았고, 장기적인 성장 둔화에 대한 저항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다.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로 제시했다. 예상이 적중할 경우 성장률이 11년 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후퇴하는 셈이다.
맥킨지는 은행권이 비용을 공격적으로 축소하는 한편 IT 부문의 투자를 크게 늘려 진화하는 금융시장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은행권 통폐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연초 BB&T와 선트러스트 뱅크의 합병 결정에서 보듯 외형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지역별로 중국과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주요 은행의 통폐합이 활발할 것이라고 맥킨지는 내다봤다. 뿐만 아니라 은행과 IT 업체간 합병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