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식 행사장 주변에 실제 장비 동원해 '범인 검거' 무대 선보여
차량 깔린 50대 남성 구조한 '부산 어벤져스 여고생'도 참석
교육행정 공로로 이은정 중앙경찰학교장 '홍조근정훈장' 받아
[인천=뉴스핌] 임성봉 기자 = 인천 송도 컨벤시아 인근에서 흉기를 든 남성이 여성을 강제로 차에 태워 달아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신고자에게 구체적인 사건 장소와 상황을 물어보는 동시에 즉각 특정 인터넷 주소가 적힌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신고자가 해당 인터넷 주소로 접속하자 자동으로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이 활성화됐고 이를 통해 촬영된 사건 현장 영상은 곧장 112종합상황실로 전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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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핌] 정일구 기자 = 민갑룡 경찰청장이 21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74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10.21 mironj19@newspim.com |
경찰은 서둘러 관할 경찰서 및 경찰특공대에 출동 지령을 내렸다. 용의자가 흉기를 들고 있다는 신고자 정보에 따라 경찰관들은 신형 방검 조끼와 접이식 방패를 착용하고 용의자의 뒤를 쫓았다.
하지만 용의자의 정확한 위치와 신원은 파악되지 않은 상황. 경찰 과학수사대는 신고자가 촬영한 영상을 바탕으로 용의자 걸음걸이, 목소리, 얼굴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용의자의 신원이 확인됐다. 나이와 이름 등 기본 정보는 물론 데이트폭력으로 수차례 신고됐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용의자의 과거 데이트폭력 신고가 접수됐던 장소 등 지리 정보에 기반한 '프로파일링(profiling·범죄유형분석법)'을 활용해 위치 파악에 나섰다. 곧 도심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도주하는 용의자의 차량이 포착됐다.
경찰은 실시간 교통신호 제어시스템을 이용, 용의자의 예상 도주로에 있는 모든 신호를 '적색등'으로 변경했다. 이윽고 용의자 머리 위로 경찰 헬기 2대가 도착했다. 순간 용의자가 인질과 차량을 버리고 인도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들이 용의자를 쫓으면서 도심 속 추격전이 벌어졌다.
경찰이 점점 포위망을 좁혀오자 용의자가 주머니에서 흉기를 꺼내 저항했다. 격렬한 육탄전 끝에 한 경찰관이 용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부상을 입고 쓰러졌다. 다른 경찰관이 즉시 용의자를 향해 한국형 전자충격기를 발사했다. 경찰이 쓰러진 용의자를 검거하면서 인천 송도에서 벌어진 인질 추격전은 막을 내렸다.
제74회 경찰의 날 기념식이 열린 21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 모인 시민들은 대형화면 속 경찰이 인질극 범인을 검거하는 모습에 탄성을 내질렀다.
이번 경찰의 날 기념식은 '스마트 치안'을 강조하는 민갑룡 경찰청장의 기조에 따라 경찰의 첨단 기술과 장비가 총동원된 행사로 이목을 끌었다. 특히 경찰은 기념식 현장에 첨단장비를 총동원하는 등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공을 들인 모습이었다.
홍보 동영상 속 경찰 헬기가 용의자를 향해 날아가는 장면에 맞춰 실제 행사장 위로 경찰 헬기 2대가 모습을 드러내자 시민들은 감탄을 쏟아냈다. 첨단 장비를 동원한 경찰이 용의자를 검거하는 장면에서는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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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1회 국제치안산업박람회'에 참석해 권총 형태의 '한국형 전자충격기' 사격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경찰청] |
이날 기념식에는 차량에 깔린 시민을 구조해 화제가 된 부산여자상업고등학교 학생들도 '시민경찰' 자격으로 참석해 주목받았다. 이 학생들은 지난 6월 28일 자율학습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승합차에 다리가 깔린 50대 남성을 구조해 '부산 여고생 어벤져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 5월 한국인 25명이 사망한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 현장에서 우리 국민 23명의 신원을 신속하게 확인한 이용순 경감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박준수 인천경찰청 논현경찰서 경장은 가정폭력 사건 현장에서 피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부상을 입었음에도 신속한 피해자 구조와 범인 제압을 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은정 중앙경찰학교장(치안감)은 경찰관 교육행정에 기여한 공로로 홍조근정훈장을, 김동현 광주지방경찰청 남부경찰서 경감은 교통사고율 감소 공적으로 근정포장을 각각 수상했다.
민 청장은 기념사에서 "지난 74년간 국민과 함께 성장해온 경찰이 우수한 치안역량을 바탕으로 세계인이 인정하는 치안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수많은 경찰관의 희생과 헌신,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경찰은 앞으로도 소외된 이웃을 위해 두꺼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서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불법 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해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