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마라톤 협상 끝에 17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 초안을 극적으로 마련했다.
영국 BBC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정부는 북아일랜드를 포함해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서 탈퇴시키는 대신 브렉시트 후 북아일랜드가 EU의 세관 및 관세 규정을 따르고 유럽사법재판소의 감독을 받는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북아일랜드에 '하드보더'(엄격한 통행·통관 절차)는 부활하지 않겠지만 대신 북아일랜드로 들어오는 모든 재화를 추적한다는 내용이다.
14일(현지시각)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하원 로비에 들어서면서 카메라 기자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짓고 있다. 2019.10.14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셸 바르니에 EU 측 브렉시트 협상대표에 따르면, 새로운 브렉시트 합의안은 △북아일랜드가 제한적으로 EU 규정을 따른다 △북아일랜드가 영국의 관세 영역에 머무르지만 EU 단일시장의 진입지점으로 남는다 △EU 단일시장의 통합성을 유지하고 부가가치세(VAT) 관련 영국의 정당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합의를 이룬다 △북아일랜드 의회는 4년마다 EU 규정의 적용을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네 가지 내용으로 구성됐다.
새로운 합의안에 따르면, 북아일랜드는 영국이 제3국과 체결하는 무역협정의 혜택을 누릴 수 있고 북아일랜드 기업들은 일부 관세 리베이트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 방식은 아일랜드 섬과 잉글랜드 사이에 국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단점을 수반하고 있다.
또한 EU 규정 적용 지속 여부는 양 정당의 과반수가 아니라 의회의 단순 과반수를 확보하면 결정될 수 있는 것으로 합의됐는데 이 부분이 존슨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의 연립정부 파트너인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의 반대에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
합의안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DUP와 영국 제1야당 노동당 측은 즉각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존슨 총리가 마련한 합의안은 압도적 거부를 당한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합의안보다도 나쁘다”고 비난했다. 결국 브렉시트 운명은 다시 영국 의회의 손에 맡겨진 셈이 됐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새로운 브렉시트 합의안 도출 소식을 전하며, “의지가 있는 곳에 딜이 있다. 드디어 합의안이 마련됐다! 새로운 합의안은 EU와 영국 모두에 공정하고 균형잡힌 합의”라고 말했다.
그는 “합의 도출은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가 성과를 낸 것”이라며 “EU 정상회의에서 이 합의안이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하나의 영국으로서 EU 관세동맹을 떠날 것”이라며 “이제 전 세계와 무역협상을 맺을 수 있게 됐다”며 하드보더를 피하기 위한 ‘백스톱’ 조항을 성공적으로 제거한 데 큰 의미를 뒀다.
그는 “통제권을 회복한 새로운 합의안을 도출했다”며 “이제 의회가 19일 이 합의안을 승인해 국민들의 가계재정, 의료보험, 범죄, 환경 등 다른 우선사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는 새로운 합의안을 통해 영국이 법·국경·화폐·무역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고 자유무역과 우호 협력을 기반으로 EU와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겠다고 선언했다.
융커 위원장과 존슨 총리가 각각의 의회에 합의안 승인을 촉구한 가운데, 합의안은 17~18일 EU 정상회의에서 추인 절차가 진행되고 오는 19일 영국 의회에서 표결을 거칠 예정이다. 합의안이 양측의 비준을 모두 거치게 되면 영국은 지난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3년 4개월 만인 오는 31일 23시(그리니치표준시·GMT) EU를 떠나게 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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