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달리 검찰만 비공개 행정규칙 남발"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서울중앙지검 등을 상대로 열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검사의 이의제기 절차 등에 관한 지침」(이하 이의제기 절차지침)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의제기 절차지침은 그간 검찰이 숨겨왔던 ‘비공개 규칙’ 중 하나다.
이 의원은 지난 4일 법제처 국감에서도 검찰의 ‘비공개 규칙’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 의원은 법제처 등이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대검찰청이 이의제기 절차지침, 「발달장애인 사건 조사에 관한 지침」 등 최소 57건의 행정규칙을 비공개로 운용 중이고 밝혔다.
검찰은 비공개 지침이 인권 침해 소지가 있어 '위법하다'는 지적을 받고도 시정하지 않았다.
예컨대 '발달장애인 사건 조사에 관한 지침'은 발달장애인 조사 시 신뢰관계가 있는 사람을 '발달장애인의 시야가 미치지 않는 곳'에 앉도록 해, 지난해 9월 법제처로부터 시정 요구를 받은 바 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철희 더불어민주당의원(사진 왼쪽) 2019.02.20 kilroy023@newspim.com |
법제처에 ‘수용’한다는 답변을 보낸 검찰은 해당 문구를 '진술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적절한 위치'로 바꿨다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그는 "법제처가 지적한 문구는 뺐지만 더욱 모호한 문구를 추가해, 검사가 마음만 먹으면 종전과 똑같이 운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시정이 아니라 눈가림으로 시늉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비공개 규칙의 법제처 ‘패싱’이 갖는 근본적 결함도 지적했다. 일반 행정규칙과 달리 비공개 규칙은 규정상 법제처의 심사‧검토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두 지침의 위법성은 지난해 9~10월 법제처가 비공개 행정규칙들을 ‘이례적으로’ 점검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그럼에도 검찰 등 해당기관이 수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란 것이 이 의원의 설명이다.
법제처는 올해 5월 비공개 행정규칙도 심사‧검토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제업무 운영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법무부 반대로 무산됐다. 법무부는 법무‧검찰 합해 가장 많은 비공개 규칙을 운용한다.
현재 각 부처가 법제처에 공식 통보한 비공개 행정규칙은 모두 162건으로, 국방부 65건, 대검찰청 57건, 법무부 9건 순이다. 검찰처럼 수사기관인 경찰청은 소관 비공개 행정규칙이 한 건도 없었다.
이 의원은 “검찰과 경찰은 모두 수사기관인데 검찰만 비공개 행정규칙을 이토록 남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고, 내용을 들여다 보면 준사법기관을 자임하고 있는 검찰의 인권 의식 수준을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공개된 행정규칙은 이해 관계자들 스스로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고 법제처 검토도 받는데, 정작 아무도 견제할 수 없는 비공개 행정규칙은 법제처 심사도 안 받는다”면서 “비공개 행정규칙을 심사할 수 없는 법제처의 심사‧검토권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비판했다.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