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가치가 2년래 최저치로 밀린 가운데 유로/달러의 패러티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독일을 필두로 유로존의 경기 침체 리스크가 날로 고조되고 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완화 여력이 지극히 제한적이고, 때문에 하강 기류가 과격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유로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아울러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금리인하에 소극적인 행보를 취할 경우 유로화의 하락 압박이 더욱 거셀 전망이다.
지난 1일(현지시각) 유로/달러 환율은 1.088달러까지 후퇴, 유로 가치가 2017년 5월 이후 최저치로 밀린 뒤 3일 1.096달러 선으로 반등했다.
연초 1.15달러 선에서 등락했던 환율은 5% 가량 떨어졌다. 유로존 경제 펀더멘털의 균열이 날로 뚜렷하게 드러난 데다 미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의 온도 차이가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월가의 유로화 전망은 잿빛이다. 유로/달러 환율이 1달러까지 하락, 이른바 패러티에 이를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주장이다. 유로화가 달러화에 대해 9% 가량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리걸 앤드 제너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에밀 반 데 베일리젠버그 자산 배분 헤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ECB가 현 수준에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기는 어렵다”며 “통화정책 측면의 경기 부양을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롬바드 오디어의 살만 아메드 최고투자전략가는 유로/달러 환율이 패러티까지 떨어지는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유로존 주요국 정부가 재정 측면의 경기 부양을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실물경기와 유로존이 나란히 주저앉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로화 하락은 독일을 포함한 주요국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수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국가간 무역 장벽이 곳곳에 등장하는 데다 관세 충격이 환율 효과를 크게 제한할 전망이다.
지난 2일 세계무역기구(WTO)가 에어버스 불법 보조금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를 승인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항공기는 물론이고 위스키와 와인, 치즈 등 75억달러 물량의 유럽 수입품에 10~25%의 관세를 강행하기로 했다.
미국의 매파 정책은 이미 신음하는 유로존 경제에 커다란 타격을 가할 전망이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이 발표한 9월 독일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1.4로 후퇴, 3년래 최저치를 기록한 동시에 위축 국면 진입을 코 앞에 두고 있다.
블룸버그는 독일 경제의 침체가 확실시된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유로존 최대 경제국의 한파가 공동통화존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이 밖에 ECB의 지배구조 변화도 유로화 전망을 흐리게 하는 요인이다. 통화정책 기조를 놓고 정책자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가운데 이른바 소방수를 자처했던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이달 말 퇴임이 경기 향방과 금융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후임으로 낙점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전 총재는 최근 마이너스 금리와 대규모 채권 매입 프로그램 등 논란이 불붙은 ECB의 정책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연준의 정책 행보가 단기적으로 유로/달러 환율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이날 미 국채 선물이 반영하는 이달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93%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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