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장관 임명날, 원내부대표단 모임서 나경원 "내가 삭발할까" 제안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직후 삭발 의지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점으로 보면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삭발 투쟁을 하기 전날이다.
23일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나 원내대표는 조국 장관이 임명된 지난 9일 당 원내부대표 모임이 있던 자리에서 삭발 의지를 밝혔다.
강 의원은 "장관 임명이 된 날 점심에 원내부대표가 모인 자리에서 나 원내대표가 '내가 삭발할까'라고 제안을 했었다"면서 "하지만 저를 비롯해 의원들이 '하지 말라'고 만류했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로서는 야당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정부에 대해 극단적 투쟁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지의 표명인 셈이었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조 장관 국면을 두고 아무도 삭발 투쟁에 나서지 않고 있는 때였다. 게다가 여성 정치인이 삭발을 할 경우 이미지에도 타격이 갈 수밖에 없음을 고려해 의원들이 이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마친 뒤 삭발을 하고 있는 가운데 황교안 당 대표가 나경원 원내대표를 바라보고 있다. kilroy023@newspim.com |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내년 4월 총선을 7개월 정도 앞두고 여성 의원이 삭발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큰 타격"이라면서 "선거운동을 할 때까지 머리가 길지 않는다면 선거가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신 한국당 의원들이 논의한 것은 '의원직 총사퇴' 카드였다. 원내대표의 삭발 대신 결기를 보여줄 수 있는 투쟁방식으로 의원직 총사퇴를 공론화하자는 것이다.
강 의원은 "당장에 의원직을 바로 내려놓자는 것이기보다는 의원직을 걷어서 황 대표에게 전달하는 식으로 가자고 논의가 됐다"며 "그날 오후 있었던 의원총회에서 이같은 의원직 총사퇴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의원직을 사퇴하면 보좌진들은 어떻게 하느냐는 등의 현실적인 우려들이 뒤따른 것.
강 의원은 "당장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사퇴서를 내면 바로 수리할 수도 있으니 황 대표에게 일단 의원직을 맡겨서 결기를 보여주자는 의도였지만, 의원들이 이를 당장 사퇴하자는 것으로 받아들여 논의가 더 진행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후 이언주 의원을 시작으로 한국당과 보수 정치권에 '릴레이 삭발' 투쟁이 이어지면서 의원직 총사퇴 주장도 잠잠해졌다.
최근 일각에서는 나 원내대표에게 삭발 투쟁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나 원내대표가 지금 시점에서 동참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이미 많은 의원들이 삭발을 한 데다 시간이 지나면서 삭발투쟁의 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탓이다.
나 원내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많은 분들이 (삭발에 대해) 물어보지만 또 많은 분들이 반대도 한다"면서 "투쟁에 주저하는 의미가 아니라 투쟁의 의미를 극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이제 삭발 릴레이의 기세도 한 풀 꺾였다"며 "더 이상 삭발을 하는 의원들이 나오지는 않을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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