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임금 못 미치는 ‘임금 역전현상’ 불거져
시 “공사‧공단의 문제” vs 공사‧공단 “재정지원 없으면 무리”
[대전=뉴스핌] 오영균 라안일 기자 =“무기계약직(공무직)으로 전환하면 신분은 물론 임금도 보장될 줄 알았는데 생활임금보다 적게 받아요.”
대전시 공사‧공단의 공무직 전환자가 생활임금 대상자인 기간제 및 민간위탁 노동자보다 임금을 적게 받는 ‘임금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대전시가 지난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으로 고용노동부 우수사례로 선정돼 전국 지자체 및 공공기관의 롤 모델이 됐다는 자평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대전도시공사, 대전도시철도공사, 대전마케팅공사, 대전시시설관리공단은 지난해부터 기간제 및 간접 고용 노동자의 공무직 전환을 실시해 올해 이를 마무리했다. 대전시 공공기관 및 출자‧출연기관 중 이들 공사‧공단만 공무직 전환을 완료한 상태다.
도시공사와 시설관리공단의 공무직 전환자는 기존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하게 식비, 장기근무수당, 직종수당, 추가근무수당 등을 받아 생활임금보다 많은 월급을 받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전지역본부 관계자들이 4일 대전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0년 생활임금 현실화와 함께 전면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라안일 기자] |
문제는 도시철도공사와 마케팅공사의 공무직 전환자들이 생활임금보다 적은 저임금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철도공사는 공무직 전환자 316명 중 92명이, 마케팅공사는 94명 중 74명이 생활임금보다 적게 받고 있다.
마케팅공사의 공무직 전환자 중 일부는 기본급 171만6000원, 식비 10만원을 합해 월 181만6000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 생활임금이 시급 9600원으로 월 200만6400원을 받는 것을 감안하면 20만원가량 차이가 난다.
시 일자리경제국과 예산담당관은 논란이 불거지자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통상임금 대상자인 공무직 전환자에게 생활임금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소속기관이 노사 간 단체협상을 통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사‧공단은 ‘임금 역전현상’이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시의 재정지원 없이는 개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급작스레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공무직 전환이 이뤄지면서 (이런 부분을) 살피지 못했다”며 “하지만 시의 재정지원이 없으면 생활임금 이상의 월급을 지급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시는 최근 생활임금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생활임금 시급을 1만 50원으로 결정했다. 189억6700만원을 투입해 출자·출연 기간제 근로자와 민간위탁 기관 저임금근로자 1150여명의 삶의 질 향상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공무직 전환자 166명의 저임금 문제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영훈 공공연대노조 대전지부장은 “시와 공사‧공단 모두 무책임하다. 시는 공무직 전환 업무를 실시하면서 최소한의 시행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것이고 공사‧공단은 의지 자체가 없어 보인다”며 “좋은 정책인데 아무도 감당을 안 하는 것은 문제다. 생활임금 1만원 시대에 허탈감만 가득하다”고 꼬집었다.
gyun5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