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의혹에 여론 들끓는데도 입 닫은 與 의원들
중진 “정상적인 상태 아냐” “소신파 사라지면 당 몰락” 경고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비주류가 없는 정당은 정상이 아니다.(6선)” “토론이 사라졌다.(4선)” “소신파가 사라지면 당은 몰락한다.(3선)”
조국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사태를 지켜본 잔뼈 굵은 중진 의원들이 던진 ‘뼈 있는’ 메시지다.
집권 여당 내에서 자성론이 이어지고 있다. 조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물밀듯 쏟아지며 여론이 들끓을 때도 ‘문제없다’ ‘적법하다’는 스탠스로 일관한 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09.09 kilroy023@newspim.com |
“문재인 정권 초반 ‘비문(非文·비문재인)’을 자처하던 이들이 싹 사라졌다. 이 정도 큰 사태면 조 후보자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올 법 한데 의원총회는 조용하다.”
한 중진 의원은 기자와 만나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청와대의 조 장관 임명 강행에 대한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 “정상은 아니다”라고 그는 진단했다.
조 장관 임명에 정부여당 핵심 지지층인 2030세대 지지율은 요동쳤다. 조 장관 의혹이 터지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40%대 중반을 웃돌던 여당 지지율은 최근 30%대 중후반으로 내렸다.
다가오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위기감이 번졌다. 민주당은 지난 4·3 재보궐선거 당시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야권에 참패해 체면을 구겼다. ‘조국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21대 총선을 치를 경우 선거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이 의원은 “당이 청와대 앞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다. 이해찬 대표가 약체가 아닌데도 그렇다”고 탄식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3선 의원 역시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도 그 이야기가 대통령에게 닿지 않는다. 민주당의 의사결정 방식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강창일 의원의 발언 중 저지하고 있다. 2019.07.04 kilroy023@newspim.com |
민주당의 ‘이상징후’는 앞서 여러차례 감지됐다. 문재인 정부 초반에는 ‘청와대 정부’라는 말이 나올 만큼 당 존재감이 미미했다. 이 대표 취임 후 당이 정부와 청와대 관계 속에서 주도적 역할을 강화하고 존재감을 한층 끌어올리긴 했으나, 관계자들의 말을 빌면 “이견은 여전히 타부시된다.”
앞서 강창일 의원이 지난 7월 의총에서 일본의 대(對)한 수출 규제조치에 대한 정부 대응에 아쉬움을 표하자 이 대표가 이를 저지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적신호는 ‘조국 대전’에서 본격 켜졌다. 당시 조 후보자를 지켜본 의원들 간 입장이 엇갈렸다. 조 후보자에 대한 철벽 수호를 주장한 의견이 있었던 반면, 일부 초선의원들은 조 후보자가 몰고 올 정권 위기론을 주장했다. 금태섭·박용진·김해영 의원 등이 대표적으로 후보자 임명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당시 ‘조국 반대론’이 공개적으로 나와선 안 된다는 입단속에 들어갔다는 관계자 전언도 나왔다.
금 의원은 지난 6일 인사청문회 당시 조 후보자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반발하는 목소리가 즉각 터져나왔다. 같은 당 청문위원인 김종민 의원은 “금 의원이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금 의원 페이스북 계정에는 이날 3만6000여건의 댓글이 달렸다. 그중에는 ‘자유한국당 프락치’ ‘2020 공천 아웃’ ‘내부총질 하지말라’ 등 비판 댓글이 상당 수 올라왔다.
한 중진 의원은 금·박·김 의원의 소신 발언과 관련, “(그들의 생각에) 공감한다”며 “소신파가 있어야 다양성이 생긴다. 한국당이 무너진 것도 과거 남경필 등 소신파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