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가정폭력 신고 970건..평상시 681건 '42.4%↑
지난 설 연휴 첫날 어머니와 말싸움 중 살해하는 사건도
경찰, 최근 사건 내역 분석해 '고위험가정’ 중심 예방활동 계획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야 할 명절 연휴가 일부 집안에서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공포의 시간이 되고 있다. 명절 연휴가 끝난 뒤 이혼 사례도 급증해 명절이 사실상 가정불화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총 970건으로 평상시 681건보다 42.4%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016년에는 추석 연휴에만 총 1233건의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돼 평상시(725건)보다 70.1%나 높았다.
김해가야테마파크가 추석 연휴 나흘간 한가위 특집행사 달아달아 밝은 달아를 진행하는 가운데 사진은 작년 추석 때 전통놀이를 즐기는 한 가족의 모습.[사진=김해가야테마파크]2019.9.2. |
우선 명절 연휴에 가정폭력이 발생하는 이유로는 부모와의 갈등, 세대 갈등, 상속 문제 등이 꼽힌다. 평소 가지고 있던 불만이 모처럼 만난 명절 자리에서 폭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북 익산에서는 설 연휴 첫날인 지난 2월 5일 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하고 빨랫감 사이에 시신을 숨긴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 남성은 이날 자신의 결혼을 반대하던 어머니와 말다툼을 벌이다 홧김에 목을 조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2월에는 경기도 남양주에서 아내가 시댁에 가지 않고 외도를 한다고 의심한 40대 남성이 명절 당일 아내를 폭행하고 얼굴에 흉기를 휘둘렀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최근 “명절 범죄 동향을 분석해보니 절도 등이 많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가족 간의 불화 등으로 인한 가정폭력이 많다”며 “그런 것들이 폭력이라든가 좀 극단적인 사건사고로 비화된다”고 말했다.
매년 찾아오는 명절마다 갈등이 쌓이면서 설날,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이혼을 결심하는 부부들도 많다.
법원행정처가 발표한 ‘이혼신청 건수’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하루 평균 이혼신청은 200여건에 불과했으나 설 연휴가 끝난 뒤 하루 838건, 추석 직후엔 1076건으로 치솟았다.
[사진=경찰청 본청] |
경찰은 이 같은 가정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신고 초기 단계부터 신속하게 조치해 극단적인 결과를 예방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우선 최근 신고·사건처리 내역을 종합해 가정폭력 재발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고위험가정’을 중심으로 집중관리에 들어간다.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와 파출소, 지구대 간 사전에 정보를 공유해 가정폭력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또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권을 적극 행사해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하는 등 ‘가정폭력 단계별 대응 모델’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