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보다 국익이 우선”이라는 한국 정부에 경종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한미 동맹이 우승자를 만들었다(ROK-USA Alliance produces winners).”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8일 과천 서울경마공원을 다녀온 후 경마대회에서 우승한 경주마를 칭찬하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산 한국 경주마의 우승을 굳건한 한미 동맹에 비유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해리스 대사는 9일 자신의 트위터에 “과천에서 열린 제4회 코리아컵·코리아스프린트 국제경마대회의 스프린트 우승마 ‘블루치퍼’와 코리아컵 우승자 ‘문학치프’의 우승을 축하합니다”라고 밝혔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8일 제4회 코리아컵 경마대회 우승마 '문학치프', 문세영 기수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해리스 대사 트위터] |
해리스 대사는 “두 경주마 모두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훈련받았다고 하네요!”라며 영어로는 “한미 동맹이 우승자를 만들었다”라고 적었다.
코리아컵 우승마인 ‘문학치프’(4세·기수 문세영)와 코리아스프린트에서 1위를 차지한 ‘블루치퍼’(4세·기수 유현명)는 모두 미국에서 태어났다. 이들은 한국으로 건너와 훈련을 받았고 한국 기수와 함께 출전했다.
이런 말들이 국제 경마대회에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경마 선진국에서 출전한 정상급 경주마를 제치고 우승하면서 한국 경마계도 경사를 맞았다. 특히 코리아컵에서 한국 경주마가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리스 대사가 경마대회를 관람한 데 이어 미국산 한국 경주마의 우승을 축하하는 글을 적은 것은 최근 이상설이 나도는 한미동맹 관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동맹보다 국익이 우선”이라고 밝혔던 청와대에 대한 미국 측의 메시지라는 해석도 있다.
앞서 해리스 대사는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반대 입장을 피력했고, 지난달 28일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해리스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미 행정부의 실망 표시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사진 = 해리스 대사 트위터] |
이후 해리스 대사는 지난달 29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최 ‘DMZ 평화국제포럼’과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주최 강연에 불참하고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 ‘쉐이크쉑’ 개점식에 참석했다.
해리스 대사는 또 지난 3~4일 열린 서울안보대화에도 불참했다. 대신 3~4일 몰디브에서 열린 ‘인도양 콘퍼런스 2019’에 참석했다. 일각에서는 그의 행보가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간접적 불만 표시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미국은 서울안보대화에 역대 최고위급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을 파견했고, 해리스 대사도 인도양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한미 동맹은 계속해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기반이자, 지역 전체의 안보와 안정을 위한 초석 역할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행사 기간 신봉길 주인도 한국대사와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친구들과 상봉하니 너무 행복합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5일 한국으로 돌아온 뒤 “이제 한반도 관련 주요 업무에 다시 몰두해야겠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해리스 대사는 당분간 지소미아와 같은 첨예한 현안에 대한 언급을 가급적 자제한 채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heog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