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을 마친 가운데, 동남아 국가들이 노골적으로 친미 성향을 보이는 일본보다 미국과 중국 사이 중립을 지키는 한국과의 관계 및 투자를 더욱 반긴다는 관측이 나왔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과 분냥 보라치트 라오스 대통령이 5일 오후 비엔티안시 메콩강 사업현장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청와대페이스북] 2019.09.05 photo@newspim.com |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동남아를 두고 미중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이 시의적절했으며, 이번 순방은 한국의 아시아 외교가 북아시아와 러시아 중심에서 더욱 확대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6일(현지시간) 평가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경제적 관계를 다각화하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SCMP에 따르면 상당수 전문가들은 한국이 아시아 외교의 축을 전환함으로써 아시아 지역 패권 역학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싱가포르 싱크탱크인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에 따르면 동남아 이해당사자들의 70% 가량은 동남아가 ‘열강들 간 경쟁의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중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은 동남아에서 경제적으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려 막대한 자금을 들여 육·해상 신(新)실크로드 구축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추진하고 있는 한편 미국은 미국대로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기 위한 개발기금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아세안 국가들은 미국이나 중국의 파워게임에서 ‘졸’(卒)이 되지 않기 위해 모든 자원과 힘을 끌어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SCMP는 아세안이 중국이나 미국의 투자를 환영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외국 투자에도 목말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중 일본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일본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동남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한다는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SCMP는 지적했다.
반면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동남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동기가 지정학적 역학에서 얼마간 벗어나 어찌 보면 순수하다고도 볼 수 있다고 민타로 오바 전 미 국무부 한국담당은 관측했다. 오바는 “한국은 대체적으로 중국 등 열강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아세안의 입장에서 미국이나 중국보다 한국이 더 입맞에 맞는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아세안은 전략적 경쟁에서 벗어난 투자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데 문 대통령이 이번 순방을 통해 그것을 제공했고, 아세안 입장에서 한국과 파트너 관계를 맺으면 열강들의 경쟁구도 사이에서 완충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경제발전과 관련해 아세안 국가들은 하나의 파트너에만 의존하기보다 여러 가지 선택지를 두고 레버리지를 확대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한국의 투자금액이 일본에 비해 훨씬 적음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에서 한국은 일본보다도 훨씬 우호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일본은 명백히 친미 성향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은 일본처럼 노골적인 친미, 반중 성향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이 완전히 정치적 의도를 배제하고 동남아에 접근하는 것은 아니라고 SCMP는 지적했다. 한미 관계가 등락을 보이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대북 유화정책이 열강들에 무시되고 있는 만큼, 북한 문제에 있어 아세안 국가들의 지지를 원하는 것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말레이시아 께방산대학교의 북한 전문가 후 츄 핑 박사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지속하기 위해 아세안 국가들이 아시아 지역 당사국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 있다”며 “문 대통령은 북한을 아시아 지역에 흡수하기 위해 아세안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