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라이브
KYD 디데이
경제 경제일반

[기자수첩] 기능올림픽에도 드리운 주52시간제 그림자  

기사입력 : 2019년09월02일 15:47

최종수정 : 2019년09월02일 15:47

韓, 금 7개·은 6개·동 2개로 종합 3위
1970년 동경 대회 이후 49년만 '저조한 성적표'
기능 강국 지키려면 '사회적 관심·정부지원' 필수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지난달 22~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제45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한국은 금·은·동메달 각각 7개·6개·2개를 획득하며 종합3위를 차지했다. 1970년 일본 동경 대회에서 종합3위를 기록한 이후 49년만에 받아보는 저조한 성적표다.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이 열심히 싸워준 경기 결과에 대해 '저조한 성적표'라고 표현한 것은 한국이 이전 대회에서 기능 강국의 면모를 마음껏 펼쳐왔기 때문이다.

정성훈 경제부 기자

한국은 1967년 스페인 마드리드 대회(16회)에 첫 참가 이후 불과 10년 만인 1977년 네덜란드 유트리히트 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대회에서 9연속 우승, 전체 참가한 대회에서 19회 종합우승을 차지하며 '기능=한국'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였다. 

하지만 재작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미 대회부터 그 위상이 점차 꺾이더니 이번 대회에선 눈에 띄게 저조한 결과물을 내놨다. 신흥 기능 강국인 중국의 막대한 지원, 러시아 텃새 등을 감안해도 기능 강국이라고 볼 수 없는 무기력한 결과다. 

한국 선수단 관계자들은 대회를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마지막날,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이 저조한 성적을 낼 수 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귀띔했다. 

먼저 기능인에 대한 사회와 정부의 관심이 줄었다는 점을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일례로 제조업을 기초로 한 산업현장에 유입될 특성화고·마이스터고 등 직업계 고등학생 정원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직업계고 학생들은 2005년 50만3000명에서 2015년에는 33만7000명으로 33%나 감소했다. 

한국은 그동안 수출주도 압축성장에 최적화된 경제산업구조로 제조업을 산업의 근간으로 삼아왔다. 대표적으로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등 3대 제조업이 전체 수출에서 차하는 비중은 절반에 가깝다. 한국이 그동안 전 제조업 강국으로 발돋음 할 수 있었던 건 기능공들의 우수한 기술력과 한국인 특유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적절히 조화를 이뤘기에 가능했다.   

우리 선수단이 저조한 성적을 낸 또 다른 이유로는 지난해 7월부터 3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된 주52시간제를 꼽았다.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선수들의 훈련량이 예년보다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다. 훈련 시간이 줄어들다보니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한국 특유의 도제식 훈련 방식이 통하지 않게 됐다. 

'주52시간제'는 주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법정근로40시간+연장근로12시간)으로 한정하는 친 근로자 노동 정책이다. 정해진 근로시간을 넘길 경우 사업주가 벌금을 물게 된다. 위반 정도가 심할 경우 징역형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사업주 입장에선 위험 부담 때문에서라도 늦게까지 근로자들을 남겨두고 싶어하지 않는다. 

한국 선수단 관계자는 "주52시간 시행 이후 대기업에 소속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늦은 훈련을 권유할 수 없게 됐다"면서 "선수들도 훈련에 임하는 자세가 예전같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미 법으로 시행된 주52시간제를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아니 전 세계 친노동 정책 변화에 따라 근로시간을 줄여 노동자 건강권을 보호하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하는 것이 맞는 방향일지도 모른다. 다만, 줄어든 훈련시간만큼 체계적이고 압축적인 훈련 커리큘럼을 만들어 부족한 점을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건 IT네트워크시스템, 웹디자인 및 개발 등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특히 IT네트워크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은 IT네크워크시스템 직종에서 2015년 브라질 대회 이후 직종 3연패라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를 무사히 마치긴 했지만 언제까지 한국이 기능 강국 종주국의 타이틀을 유지할 순 없다. 더욱이 중국과 같은 신흥 강국들이 제조업 강국을 꿈꾸며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전자, 기계 등과 같은 전통 제조업 종목에서는 승산이 희박하다.  

시대는 변하고 산업 트렌드도 이에 맞물려 돌아간다. 시대의 흐름에 맞는 신(新)기능인 양성에 집중해야 할 때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건 기능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다. 특히 정부 주도의 신기능인 양성 육성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에 따른 예산 지원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내년 예산 심의를 진행중인 상황에서 관련 예산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꾿꾿히 잘 싸워준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jsh@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한덕수, 대선 출마 여부에 "노코멘트"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맞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행은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양측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드는 데는 미국의 역할이 매우 컸다"며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원조, 기술이전, 투자, 안전 보장을 제공했다. 이는 한국을 외국인에게 매우 편안한 투자 환경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대행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축소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2025.03.24.gdlee@newspim.com 한 대행은 "협상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상업용 항공기 구매 등을 포함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며 "조선업 협력 증진도 미국이 동맹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FT는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고 한 대행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한 대행은 협상 과정에서 "일부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도, 양국 간 무역의 자유가 확대되면 "한국인의 이익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재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 대행은 6·3 대통령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nylee54@newspim.com 2025-04-20 13:43
사진
호미들 중국 한한령 어떻게 뚫었나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중국의 한류 제한령)이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가 중국에서 공연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8일 베이징 현지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3인조 래퍼 '호미들'이 지난 12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공연을 펼쳤다.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다. 중국인 관객들은 공연장에서 호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분위기를 만끽했다. 공연장 영상은 중국의 SNS에서도 퍼져나가며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적 가수의 공연은 중국에서 8년 동안 성사되지 못했다.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BTS도 중국 무대에 서지 못했다. 때문에 호미들의 공연이 중국 한한령 해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호미들 공연이 성사된 데 대해 중국 베이징 현지 문화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공연이 소규모였다는 점과 공연이 성사된 도시가 우한이었다는 두 가지 요인을 지목했다. 호미들이 공연한 우한의 우한칸젠잔옌중신(武漢看見展演中心)은 소규모 공연장이다. 호미들의 공연에도 약 600여 명의 관객이 입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서 800명 이하 공연장에서의 공연은 정식 문화공연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중국에서는 공연 규모와 파급력에 따라 성(省) 지방정부 혹은 시정부가 공연을 허가한다. 지방정부가 허가 여부를 판단하지 못할 경우 중앙정부에 허가 판단을 요청한다. 한한령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의 문화공연은 사실상 금지된 상황이었다. 호미들의 공연은 '마니하숴러(馬尼哈梭樂)'라는 이름의 중국 공연기획사가 준비했다. 이 기획사는 공연허가가 아닌 청년교류 허가를 받아서 공연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우한시의 개방적인 분위기도 공연 성사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한에는 대학이 밀집해 있으며 청년 인구 비중이 높다. 때문에 우한에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다. 게다가 젊은 층이 많은 만큼 우한에서는 실험적인 정책이 시행되어 왔다. 우한시는 중국에서는 최초로 시 전역에서 무인택시를 운영하게끔 허가하기도 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파격적인 정책이 발표되는 우한인 만큼, 한한령 상황임에도 호미들의 공연이 성사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의 한 문화업체 관계자는 "우한시가 개방적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호미들의 공연은 소극적인 홍보 활동만이 펼쳐지는 한계를 보였다"며 "공연기획사 역시 한한령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현지 문화콘텐츠 업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국의 최정상급 가수가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어서 빨리 한한령이 해제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한한령이 해제될 것이라는 시그널은 아직 중국 내에서 감지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호미들의 중국 우한 공연 모습 [사진=더우인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4-18 13: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