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관세 폭탄 경고를 퍼부으며 중국을 맹공격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무엇이든 가능하다'며 유화적인 태도로 입장을 바꿨다.
미중 무역관계가 파국으로 접어들었다는 관측까지 나온 상황에서 돌연, 대중(對中) 관세 부과 유예 및 철회 모두에 열려있음을 시사하며 원활한 무역협상 분위기를 조성하고 나선 것이다.
◆ 트럼프, 대중 관세 유예 질문에 "무엇이든 가능"
프랑스 비아리츠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취재진이 대중 관세 부과를 연기하거나 취소도 할 수 있냐고 묻자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또 그는 "그들이 합의를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G7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는 관세 폭탄을 예고했던 사흘 전과는 '180도' 다른 것이다. 지난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물품에 대한 기존 관세를 오는 10월 1일부터 25%에서 30%로 인상하고, 9월 1일과 12월 15일로 나뉘어 발효되는 또다른 3000억달러 어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도 10%에서 15%로 올릴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중국 상무부가 750억달러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5~10%의 관세를 9월 1일과 12월 15일 두 차례 나눠서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발끈하면서 내놓은 트윗이다. 당시 그는 이에 앞서 트위터에서 미국 기업들에 중국 철수를 요구하는 등 초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 "트럼프 '유화적' 태도, 中 류허 발언이 만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급변한 배경에는 금융시장의 반응이 있다. 23일 미국 3대 주가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기업들에 대한 중국 철수 요구 트윗으로 2~3% 낙폭을 기록했고, 아시아 증시는 미국장 마감 후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경고 악재를 이어받아 26일 일본 증시가 2% 급락하는 등 출렁였다. 양측의 무역갈등이 되돌릴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전망도 나왔다.
류허 중국 부총리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려세운 변수였다는 해석도 있다. 류 부총리는 베이징 시간으로 26일 충칭에서 열린 기술 컨퍼런스에서 중국은 차분한 협의를 통해 미국과의 무역 분쟁을 해소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류 부총리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의미가 있었다고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금융시장을 공포에 떨게 만든지 불과 며칠 만에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며 오는 9월 워싱턴에서 예정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의 판을 살려뒀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말 상하이에서 열린 고위급 협상에서 9월 워싱턴 무역협상 개최에 합의한 바 있다.
양측의 무역협상이 실제로 열릴지, 나아가 협상에서 실질적 성과가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우선, 오는 9월 1일 3000억달러 어치 중국 수입품 일부에 대한 15% 관세가 예정대로 부과될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연기하거나 취소한다면 양측의 무역협상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관측이 제시된다.
◆ 중국, 트럼프 '中 전화로 협상재개 원한다 말해' 발언 부인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두고 혼란이 일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와의 정당회담을 앞두고 진행한 이집트 대통령과의 회담 자리에서 "중국이 우리 고위 무역협상단에게 전화해 다시 협상하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통화가 모두 두 차례 이뤄졌다"며 "조만간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측은 이같은 발언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은 트위터에 "내가 아는 바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 고위 협상 관계자들은 최근 전화로 논의를 한 적이 없다"면서 "양측이 기술적 차원에서 연락을 지속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시사한 만큼의 중요성을 갖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중국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 언론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해당 전화 통화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