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기업 내부자들의 주식 매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경기 침체 공포가 크게 고조된 가운데 이들의 주식 매도 규모가 11년 전 금융위기 직전과 흡사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중심으로 한 뉴욕의 금융가 [사진=블룸버그] |
시장 전문가들은 이른바 이익 침체와 맞물려 뉴욕증시의 베어마켓 리스크를 예고하는 신호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26일(현지시각) 시장 조사 업체 트림탭스에 따르면 이달 들어 (주)아메리카의 고위 경영자들이 팔아치운 주식이 하루 평균 6억달러에 달했다.
8월 말까지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5개월 연속 내부자 주식 매도가 100억달러를 넘어서는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이는 지난 2006~2007년 이후 처음으로, 당시 내부자들의 대규모 주식 매도는 뉴욕증시의 베어마켓으로 이어졌다.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가 S&P500 기업의 연간 이익 감소를 경고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내부자들의 주식 매매는 월가의 투자자들 사이에 고위 경영진 및 주요 주주의 경기 전망을 반영하는 단면으로 통한다.
올들어 대규모 주식 ‘팔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에 따른 충격이 최악의 경우 경기 침체를 초래할 것이라는 진단이 깔린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
트림탭스의 윈스턴 추아 애널리스트는 CNN과 인터뷰에서 “기업 경영자들의 신뢰 저하가 확인된 셈”이라며 “내부자들이 주식을 매도할 때 주가 밸류에이션의 고평가와 주식 비중 축소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간 매도 규모 100억달러 돌파가 십여년 전과 같은 충격을 일으킬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내부자들이 앞다퉈 보유 주식을 팔아치우는 상황은 실물경기 한파와 맞물려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기 충분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이들의 매도가 2009년 3월 장기 강세장이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은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내부자 주식 매매를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오픈인사이더에 따르면 지난주에만 세일즈포스와 슬랙, 치폴레, 비자, 홈디포 등 광범위한 섹터에 걸쳐 주요 기업들의 내부자들이 주식을 매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뉴욕증시의 상승 엔진으로 통하는 자사주 매입이 줄어드는 상황과 맞물려 주가 향방을 흐리게 하고 있다.
2분기 어닝 시즌 미국 기업들이 발표한 자사주 매입 계획은 20억달러에 그쳤다. 이는 2년래 최저치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2분기 기업들이 사들인 자사주는 1657억달러로, 전분기에 비해 13% 급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세금 인하 효과가 희석된 데다 무역 전면전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업 자사주 매입 열기가 한풀 꺾였고, 이 때문에 뉴욕증시의 상승 모멘텀이 꺾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