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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광 '아름다운 터에서'…변화무쌍한 화풍 한눈에

기사입력 : 2019년08월22일 16:25

최종수정 : 2019년08월22일 17:41

가나아트센터, 오는 23일부터 9월 22일까지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작가는 발전하지 않으면 안된다. 계속해서 변해야 한다.”

작가 강광(79)이 1970~2000년대까지 작업한 작품 20점을 오는 23일부터 9월 22일까지 서울 가나아트센터 1, 2, 3관에서에서 선보인다. 전시의 제목은 ‘아름다운 터에서’로, 구성은 시대순으로 나눴다. 1관은 1970~1980년대, 2관은 1980~1990년대, 3관은 2000년대 작품이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강광 작가의 19870~1980년대 작품들. '아름다운 터에서' 전시장 전경 2019.08.22 89hklee@newspim.com

강광의 작품은 시대별로 다른데, 특징적인 것이 색채다. 강광은 “나는 화려한 색은 쉽게 싫증을 느끼기 때문에 그림 속에 살아있는 철학을 담을 수 있는 깊은 맛이 있는 색으로 청회색 계통을 즐겨 사용해왔다”며 “작가가 선택하는 색은 한마디로 자기인식의 표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70년대 강광은 청회색 계통을 즐겨 썼다. 이는 마치 작가가 살아온 시간을 반영하는 듯하다. 6.25전쟁, 월남전 참전, 민주화운동을 겪었고, 1970년대 제주에서 생활한 그는 제주 4.3사건에도 주목했다.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과감한 색채로 표현했고, 2000년대에는 파스텔톤부터 밝은 색감까지 다채로운 변주를 이어왔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2019.08.22 89hklee@newspim.com

강광 작가 작품의 또다른 특징은 ‘구상과 추상의 그 어디쯤’에 있다는 거다. 그의 그림에는 꽃과 동물, 나무와 같은 자연이 주로 등장하는데, 이 역시 완전한 리얼리즘이 아닌 추상과 구상의 혼합된 형태다. 단순히 표현하는 게 아니라 작가의 감정을 담은 추상 형태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1970년대는 작가의 ‘습작기’라고도 하는데, 또한 이 시기는 미술계에서도 사회와 긴밀한 관계 속에서 현실비판적 예술활동을 전개하는 미술가들과 그들이 주축으로 만든 모임들이 생겨나면서 ‘민중미술’이라는 새로운 사조가 태동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강광도 현실비판적 의식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노선을 구축했다.

1970~1980년대는 추상과 구상의 특징이 모두 나타나는데 이 시기에 제작된 작품에 묘사된 산과 길 그리고 나무와 꽃의 형태들은 분명하게 구상성을 띄고 있으나 원근법과 사실적 묘사와 같은 회화적 기교는 완전히 배제돼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2019.08.22 89hklee@newspim.com

1990년대에는 구상과 추상의 혼합을 보다 다각적으로 나타낸다. 단일 색조에서 구상의 형태와 추상의 형태를 한 화면에 각각 배치해 서로의 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화면의 한쪽 면은 단순하게 묘사하고, 다른 면에는 추상의 무늬를 반복적으로 채워 넣어 대비효과를 줬다. 이 시대에서 작가는 사회적인 비판적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개인의 감정을 위로하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에 이르러서 작가의 작품은 현대디자인 ‘패턴’이 나타난다. 같은 형태의 구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색채도 다채롭다.

또한 이 시기에는 한국 전통 민화를 새롭게 각색한 작품도 볼 수 있다. 해학적으로 묘사된 호랑이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해 작가 강광은 “우리 그림의 표현과 의지, 내용이 제대로 정립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그림에는 강인한, 그러면서도 멋진 큰 뜻이 같이 내포돼 있다. 그것을 나타내야 한다. ‘우리의 호랑이가 살아야 한다’는 글이 있다. 우리 호랑이가 그림에서 살아있으면 좋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2019.08.22 89hklee@newspim.com

작가는 2012년 이후 그림을 그리지 않고 있다. 강 작가는 그림을 그릴 이유를 부여할 게 없었다고 했다. 그는 “심각하게 나에에 충격이 있어야 그림을 그리는데 그게 없었다. 그러니 좋은 그림이 안 나오는 거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그림은 내용이나 방향이 다양하게 변화한다. 그렇게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이전에 그린 작품의 형식을 계속 그려야 하는지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앞으로 그런 순간이 오면 좋은 작품을 그려 많이 선보이고 싶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그는 “작가는 발전하지 않으면 안된다. 변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함경남도 북청 출신의 강 작가는 1969~1982년 제주서 생활했고 1985년 인천으로 옮겨 2006년까지 인천대학교 예체능대학 미술학과 교수를 지냈다. 2001년에는 인천대학교 부총장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제주도립미술관 초대전 ‘강광, 나는 고향으로 간다’(2018)로 관람객과 만났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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