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에 유력가 자녀 이름 올리는 관행은 학계의 오랜 적폐"
유력가와 교수 간 모종의 거래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지역 정치권에서도 서울권 대학교수에 줄 대려고 아둥바둥"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대학가에서는 '새로울 것 없는 암묵적 관행'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사회 고위층 자녀를 논문 저자로 등재하는 오랜 적폐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교수와 대학원생들이 정보공유를 위해 이용하는 한 연구센터 게시판에는 조 후보자 딸 조모씨의 고교 시절 논문 제1저자 등재 사실이 알려진 이후 연구실 관행에 대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자신을 수도권 소재 대학원생이라고 밝힌 게시자는 “조 후보자 딸이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을 두고 이제 와 비판이 쏟아져 오히려 놀랐다”며 “논문 저자에 동료 교수의 자녀 또는 정치인, 기업가의 자녀 이름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랩(연구실)에 있는 대학원생이라면 모두 알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딸 장학금 및 부정입학 의혹을 받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위치한 사무실로 출근 도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9.08.21 dlsgur9757@newspim.com |
그는 “저자 문제는 학계의 적폐라고 할 정도로 오랜 관행인데 논문 한 편이 아쉬운 대학원생으로서 논문에 숟가락만 얹는 사회고위층 자녀를 보면 처참한 심정이 든다”며 “교수 눈 밖에 날까 싶어 '을'인 대학원생은 그저 보지 못한 척, 듣지 못한 척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게시자는 “제1저자 사태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느냐만 따질 사안이 아니다”며 “적어도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 자리에 오를 사람이라면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일갈했다.
또 “대학원생들이 밤새며 만든 논문에 얼굴 몇 번 본 게 전부인 학생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걸 봤을 때, 그 심정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특히 그 학생이 동료 교수의 자녀라거나 정치인, 기업가 자녀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충격은 더 심하다”고 설명했다.
논문 저자 등재를 이유로 모종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서울권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대학원생은 “교수는 금수저에게 논문을 바치고 이후 금수저의 부모가 해당 교수의 자녀에게 혜택을 주는 일종의 거래”라며 “보통은 해당 교수의 자녀를 공공기관이나 유명 기업에 인턴으로 넣어주는 경우가 많은데, 매우 은밀하게 이뤄지고 적발된 경우도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대학원생도 “입시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논문 저자에 이름을 올리려는 등 대학교수의 도움을 받으려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오죽하면 지역 정치권에서도 서울권 대학교수에 줄을 대 자녀를 연구실로 보내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앞서 조 후보자 딸을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한 장영표 단국대학교 교수는 전날 “제1저자를 누구로 할지는 책임저자가 결정하는 문제”라며 “(논문 등재와 관련해)적절하지는 않았지만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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