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주요국의 실물경기 하강 기류와 침체 우려 속에 안전자산 매입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면서 관련 펀드가 기록적인 외형 확대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리스크 헤지 상품인 미국 머니마켓펀드(MMF)의 자산 규모가 약 10년래 최고치로 늘어났고, 금에 집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기록적인 자금 홍수를 연출하고 있다.
무거운 표정의 월가 트레이더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와 함께 미국 채권펀드가 역대 5번째 규모의 자금 유입을 기록하는 등 시중 유동성의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16일(현지시각)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최근 한 주 사이 미국 MMF로 밀려든 자금이 180억달러에 달했다.
이에 따라 MMF 총 자산은 3조3500억달러로 불어났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금융위기 당시보다 MMF의 외형이 커진 셈이다.
UBS 애셋 매니지먼트의 랍 사바티노 글로벌 주식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침체 리스크가 상승한 데 따라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서 발을 빼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가 최근 400포인트 급등 뒤 800포인트 폭락하는 등 널뛰기를 연출하자 기관 투자자들 역시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성 자산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과 연계된 상품도 뜨거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월가의 일부 투자은행(IB)은 금 선물이 온스당 2300달러까지 뛸 가능성을 제시한 상황.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금 연계 ETF로 26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는 2013년 3월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이와 별도로 시장 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세계 최대 금 ETF인 SPDR 골드 트러스트로 최근 한 달 사이 20억달러의 유동성이 몰렸다. 이는 연초 이후 유입액의 70%를 웃도는 수치다.
금 선물은 최근 3개월 사이 17% 급등하며 온스당 1500달러를 상회, 6년래 최고치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추가 상승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랜티셰어스의 라이언 지아노토 리서치 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금 투자 여건이 최근 5년래 가장 우호적”일며 “저금리와 통화정책 불확실성, 여기에 경제 지표 악화까지 금값에 상승 탄력을 제공할 수 있는 호재가 상당수”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시장조사 업체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최근 한 주 사이 미국 채권펀드로 115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는 지난 6월 초 이후 최대 규모인 동시에 데이터 집계 이후 다섯 번째 기록에 해당한다.
미국 채권펀드의 총 자산은 2조8000억달러로, 연초 이후 2000억달러 이상 불어났다. 날로 뚜렷해지는 침체 신호가 채권 매입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실물경기가 적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최근 안전자산 쏠림 현상은 침체 리스크를 과도하게 점친 데 따른 결과라고 판단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