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열린 태평양전쟁 종전(패전) 74주년 기념행사에서 ‘반성’이나 ‘책임’에 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기념사에서 "이전 대전(2차 세계대전)에서 300만여명의 동포가 목숨을 잃었다"며 “조국의 장래를 염려하여 전진에서 산산이 흩어진 분들, 종전(패전) 후 먼 타향 땅에 있다가 돌아가신 분들,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에서의 원자폭탄 투하, 도쿄를 비롯하여 각 도시에서의 폭격, 오키나와에서의 지상전 등에서 무참히 희생되신 분들”을 일일이 열거했다.
태평양전쟁 종전(패전) 74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어 “지금의 평화와 번영은 전몰자 여러분의 고귀한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라며 "다시 한번 충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친다"고 말했다.
일본의 주변국 침략이나 한반도 식민지 지배 등 가해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과거 일본 총리들은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 이후 전몰자 추도식에서 “깊은 반성”과 “애도의 뜻” 등의 표현을 사용했지만, 아베 총리의 경우 2012년 12월 재집권 후 단 한 번도 일본의 책임을 거론하지 않았다.
한편 지난 5월 즉위 후 첫 추도사에 나선 나루히토 일왕은 "전몰자를 추도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날을 맞았다"며 "소중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과 유족을 생각하며 깊은 슬픔을 새롭게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종전 이후 74년간 여러 사람의 부단한 노력으로 오늘날 우리나라(일본)의 평화와 번영이 구축됐지만 많은 고난에 빠졌던 국민의 행보를 생각할 때 정말로 감개무량하다"면서 “과거를 돌아보고, 깊은 반성 위에 서서 전쟁의 참화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절실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나루히토 일왕의 발언은 지난 4월 30일 생전 퇴위한 아키히토 상왕의 발언과 거의 같은 내용으로, 일왕이 전몰자 추도식서 “깊은 반성”이라 언급한 것은 아키히토 상황이 일왕으로 재위한 2015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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