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묵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 아니다”
김현욱 “일본 국내정치 문제와도 연관돼”
신범철 “명분 만들 해법을 미국과 내놔야”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내달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계기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열려도 한국과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이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놓고 기 싸움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인 한일 양국 모두 한 치도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미국의 개입으로도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아 장기전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외교장관회담 열려도 일본 방침에 변화 없을 듯
29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31일 현지에 도착해 당일 혹은 8월 1일 회담을 갖는 일정을 조율 중이다. 회담이 성사될 경우 지난 4일 일본이 경제보복 조치에 나선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대상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각의에서 처리한다는 일본 정부의 방침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란 추측이 지배적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한일 갈등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외교장관회담이 있느냐 없느냐가 키가 될 것 같지는 않다”며 “물론 만난다면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도움은 되겠으나 일본은 압박 수단으로 대화를 활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도 “ARF 계기로 커다란 관계 회복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일본 국내 정치문제와도 연관돼 있다”며 “일본 정부는 의석 3분의 2를 차지해 헌법개정안 발의를 하고 싶어 하는데, 결국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해 한국 탓을 하는 일본 국민들의 의견을 이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ARF에 참석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포함한 한미일 3자 외교장관회동도 열릴 가능성이 높지만 한일 갈등 해결에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문 센터장은 “미국이 대화의 자리를 만들 순 있겠으나 중재안을 만들긴 어렵고 한계가 있다”며 “한일 모두 미국 얘기를 듣고 입장을 바꿀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파리 지지통신=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지난 5월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가진 한일외교장관회담을 앞두고 악수를 나누고 있는 강경화 외교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
◆"미·일 모두 한일관계 회복 적극 노력 않을 것"
김 교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핵심은 결국 일본”이라며 “미국은 일본이 헌법 개정을 하는 것을 반길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 모두 한동안은 악화된 한일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ARF에서 한일이 대치하는 모습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강 장관은 각종 회의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본 수출 규제조치의 부당성을 강조할 계획이며, 일본도 반대 논리를 적극 펼칠 전망이기 때문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논의를 2일 하기 전에 ARF에서 상황을 볼 것”이라며 “우리는 한일청구권 협정 정신을 존중하는 해법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미국과 함께 전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미국도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데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아무런 안을 내지 못하면 명분이 없고, 어느 정도 대안을 강구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야 일본의 추가 제재를 막을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RF가 주로 안보를 다루는 자리인 만큼 최근 중국·러시아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일본방공식별구역(JADIZ) 침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한일 공통의 안보 사안으로 대화 물꼬를 터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문 센터장은 “한국이 불매운동과 같은 행동으론 일본을 움직이기 어렵고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접점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지금은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할 때이기 때문에 무역분쟁과는 별개로 긴 안목으로 접점을 찾고 대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heog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