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 정부가 미국과 무역 협상 장소로 당초 예상됐던 베이징이 아닌 상하이를 택한 데는 작지 않은 의미가 깔려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치적 사안과 구체적인 교역에 관한 문제를 분명하게 구분하는 한편 담판의 영역을 원론적인 경제 개혁에서 화웨이를 포함한 세부 사안으로 좁히겠다는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가 협상과 마찰이 장기화되는 상황에 본격적으로 대비하고 나섰다는 해석도 제시됐다.
29일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열린 미중정상회담에서 마주 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24일(현지시각)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지난 5월10일 워싱턴 회동 이후 첫 대면 협상 장소로 상하이가 채택된 것은 무역 담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압박을 배제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복안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오사카 담판 이후 전화통화로 의견을 교환했던 양국 정책자들이 다음주 만남을 갖기로 했다는 보도에 세간의 시선은 구체적인 협상 대상과 진전 여부에 집중됐다.
중국 측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협상 장소 선정을 통해 제시했다는 해석이다.
JD 디지트의 센 장왕 이코노미스트는 SCMP와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회담 장소를 베이징에서 상하이로 변경한 것은 무역은 무역이고, 정치는 정치라는 입장을 트럼프 행정부 측에 분명하게 전달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통상 시스템 개혁과 같이 단시간에 풀기 어려운 난제보다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와 미국산 농산물 수입 규모 등 기술적인 사안으로 협상의 영역을 좁히겠다는 뜻이 담긴 결정”이라며 “때문에 상하이 담판은 극적인 타결보다 작은 결실을 내는 데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클레이즈의 창 지안 이코노미스트 역시 “중국 정부가 상하이를 회담 장소로 택한 것은 이번 협상의 목표치가 그리 높지 않다는 의미”라며 “구조적인 문제보다 교역과 관련된 개별적인 사안에 대한 의견을 절충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움직임”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또 “중국 정부가 미국과 무역 협상 및 마찰이 앞으로 수 년간에 걸쳐 장기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앞서 양측 회동이 지연되는 배경에 대한 보도와도 맥을 같이 한다.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5월 협상 좌초 위기 전 마련한 150페이지 분량의 합의 초안을 논의의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미국 측의 주장과 달리 중국은 해당 문건에서 시스템 개혁과 관련한 부분을 삭제한 수정안 내용으로 담판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한 바 있다.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은 이날 미국 백악관의 입장과도 엇갈렸다. 이날 로이터에 따르면 백악관은 공식 성명을 내고 30일 상하이에서 중국과 무역 협상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힌 한편 지적 재산권 침해와 강제 기술 이전, 보조금을 포함한 비관세 장벽 등 포괄적인 사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무역수지 적자 문제 이외에 통상 시스템과 합의안 강제 이행에 대한 해법도 상하이 담판에서 다룰 것이라는 얘기다.
백악관은 지난 5월 초 협상 좌초 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쟁점을 단시일 안에 풀어내기는 어렵지만 이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AXA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의 에이던 야오 아시아 신흥국 이코노미스트는 SCMP와 인터뷰에서 “오사카 정상회담 이후 양국의 대면 협상이 이뤄지기까지 한 달이 걸린 것은 그만큼 골이 깊다는 얘기”라며 “상대방을 꺾어 놓을 수 있는 전략이 없이는 어느 쪽도 돌파구 마련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 언론들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및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협상 팀을 이끌고 상하이에서 류허 중국 국무원 경제 담당 부총리 및 중산 중국 상무장관과 대면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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