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그간 금해오던 여성의 '여행의 자유'를 허용해줄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 왕실에 정통한 2명의 소식통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으며 남성 중심의 사우디 사회가 여러 규제를 완화해가는 등 개혁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남성들은 해외여행을 가려면 21세 미만에 한해서만 남성 후견인의 허가 받아야만 한다. 반면 여성은 연령과 관계없이 남성 후견인의 허가를 받아야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 사우디 여성들은 남성의 종속적 지위에 있으며 결혼 전에는 아버지나 형제, 결혼 후에는 남편이나 아들의 허락을 받아야만 여행이나 여권 취득이 가능하다.
정부 위원회는 이러한 규제 사항을 재고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18세 이상의 사우디 국민은 성별을 불문하고 후견인 동의 없이 해외여행을 갈 수 있도록 하는 개혁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개월간 사우디 여성들이 가족들의 압박이나 정부를 피해 해외로 망명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1월에는 18세 사우디 여성 라하프 알 쿠눈이 가족들의 학대를 피해 호주로 망명하던 중 태국 방콕공항에 억류됐다. 쿠눈은 방콕 수완나폼 국제공항 내 시설에서 트위터를 통해 보호를 요청했다. 이후 쿠눈은 캐나다 당국으로부터 난민 지위를 부여받아 캐나다로 망명했다.
사우디의 이번 조치는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추진하는 개혁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젊은 피인 빈 살만 왕세자는 여성의 권한을 증진하는 경제, 사회적 개혁을 추진해왔다. 앞서 지난 2017년에는 여성의 운전 금지령을 해제했고 여성 의복을 단속하던 종교경찰의 권한을 약화시켰다.
그러나 당국이 친(親)여성적 행보만 보였던 것은 아니다. 반정부적이거나 더 많은 여성의 권리를 요구하는 여성 운동가들을 탄압하기도 했다.
FT는 보수적 성향이 강한 사우디 왕국에서 여성들이 여행의 자유를 얻는 일은 여성계에게 중요한 승리로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일상생활 분야에 남아있는 남성 후견인 제도를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인권단체들은 현 제도가 여성을 '영구적 미성년자'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정부에 남성 후견인제 폐지를 촉구해왔다.
로자인 새미 사우디 여성 음악인이 사우디아라비아 알 코바에 있는 한 음악카페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2019.07.02.[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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