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터키 리라화를 필두로 자산시장이 극심한 하락 압박에 시달렸다.
지난 주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금리인하 거부를 이유로 무라트 체틴카야 중앙은행 총재를 전격 경질했다는 소식이 투자 심리를 강타했다.
터키 리라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당장 금리인하가 이뤄질 경우 국채를 포함한 터키 자산의 고수익률 매력이 희석될 것이라는 관측이 번지면서 ‘팔자’가 쏟아졌다.
8일(현지시각)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리라화는 장중 한 때 달러화에 대해 3% 가까이 급락한 뒤 낙폭을 2% 내외로 축소했다.
신흥국 최고치에 해당하는 17%에 달하는 수익률을 앞세워 투자자들을 유인했던 리라화 표시 10년 만기 국채 역시 하락 압박에 시달렸다.
특히 10년 만기 달러화 표시 채권 수익률이 30bp(1bp-=0.0,1%포인트) 급등, 7.28%까지 치솟았다. 이날 해당 채권의 낙폭은 지난 5월말 이후 최대 규모에 달했다.
주가도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금리인하가 커다란 악재로 작용하는 은행주를 필두로 보르사 이스탄불 100 지수가 장중 1.5% 급락한 뒤 낙폭을 1% 이내로 축소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치권 압박에 따른 터키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통화정책 완화를 예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는 보고서를 내고 이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터키 중앙은행이 무려 100bp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정책자들이 100bp 이상 금리를 내리는 정책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어 회의 결과와 자산시장의 반응을 주시해야 한다고 은행 측은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치권의 중앙은행장 경질이 투자 심리를 냉각시킨 한편 향후 경제 정책 방향을 둘러싼 리스크를 점화시켰다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고금리가 터키 경제에 흠집을 내고 있다며 중앙은행을 향해 거듭 날을 세웠지만 돌발적인 인사가 정책 불확실성을 둘러싼 우려를 자극했다는 얘기다.
터키 금융자산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비둘기파 행보에 따른 신흥국 시장 강세 흐름과 상대적인 고수익률을 앞세워 지난 수 개월간 강한 상승 기류를 탔다.
특히 리라화가 5월 초 이후 지난 주말까지 6%에 달하는 상승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중앙은행 정책 변수가 커다란 시장 리스크로 등장하자 투자자들이 발을 빼려는 움직임이다.
뉴욕타임스(NY)는 터키 자산시장에서 해외 투자자들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현행 25%에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단기 처방을 통한 경기 부양을 추진할 움직임이지만 커다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