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2007년 말레이시아로 출국해 2010년 에콰도르 정착
작년 12월 에콰도르서 신부전증으로 사망
4남 정한근, 사망확인서·장례사진 등 증명자료 검찰 제출
법무부·외교부 거쳐 에콰도르 당국에 서류 진위 확인
장례 사진·동영상 디지털포렌식…“조작 없다” 결론
추징금 환수 위해 은닉재산여부·상속관계 수사 계속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검찰이 정태수(96) 전 한보그룹 회장이 사망했다고 최종 결론짓고 3000억원에 달하는 정 전 회장 일가의 추징금을 환수하기 위해 은닉 재산 여부 등 관련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예세민 부장검사)는 정 전 회장의 사망증명서를 발급한 에콰도르 당국과 넷째 아들 정한근(54) 전 한보 부회장이 제출한 장례 사진 등을 통해 정 전 회장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횡령과 배임, 범죄수익은닉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항소심 재판 중이던 2007년 5월 신병 치료를 이유로 출국했다. 그는 당시 고액체납자로 분류돼 출국금지 상태였지만 법원으로부터 치료를 목적으로 일본 출국을 허가받았다. 그러나 정 전 회장은 일본이 아닌 말레이시아로 출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이 정태수(96) 전 회장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이 공개한 정 전 회장의 사망확인서. |
정 전 회장은 이후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거쳐 에콰도르 과야킬에 정착했다. 고려인으로 추정되는 키르기스스탄인의 인적사항을 이용, 키르기스스탄에서 부정 발급받은 여권을 사용해 2010년 7월 15일 에콰도르에 입국한 것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파나마에서 체포돼 국내로 압송된 정 전 회장의 넷째 아들 정 전 부회장으로부터 정 회장이 사망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확인 작업을 진행해 왔다.
정 전 부회장은 조사 과정에서 에콰도르 당국이 발급한 정 전 회장의 사망확인서와 화장증명서 등 관련 서류, 유골함 등을 제출했다.
해당 자료에는 정 전 회장이 사용하던 여권의 명의자가 만성신부전 등 질병으로 사망했으며 현지 의사가 사망을 확인한 내용이 기재돼 있다. 정 전 회장의 사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검찰청 국제협력단과 법무부 등을 통해 에콰도르 정부로부터 이들 자료가 진본이라는 사실을 확인 받았다.
정 전 부회장이 제출한 노트북에서도 정 전 회장의 사망직전 사진과 입관 당시 사진, 장례식을 치르는 사진과 동영상을 확보해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거친 결과 이 역시 조작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정 전 부회장의 형인 정보근 씨로부터 정 전 부회장이 아버지 사망 당시 국내에 있는 가족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사진을 보냈다는 진술과 관련 전송 내역 등을 확인했다.
그러나 정 전 부회장이 제출한 유골은 화장된 상태여서 이를 통한 유전자(DNA) 확인을 할 수는 없었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검찰은 정 전 회장 부자의 도피 경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과야킬시로 이주한 것이 인근에서 유전개발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업이나 관련 자금 규모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정 전 회장 추징금 2225억원을 비롯해 3000억원에 달하는 정 전 회장 일가의 추징금 환수를 위해 은닉 재산 여부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검찰 측 관계자는 “정 전 부회장이 아버지의 사망과 관련해 논란이 있을 것을 대비해 이를 증명하고자 관련 서류나 사진 등 자료를 나름대로 준비해 왔다”며 “정 전 회장이 사망했다는 것에 대해 합리적으로 의심할 만한 여지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 “정 전 회장 추징금 등 회수는 자녀들의 재산 상속관계와 은닉 재산 여부 등을 추가 학인한 뒤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