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4남 정한근 씨, 22일 국내 송환
검찰서 “작년 아버지 사망” 진술…‘신부전증 사망’ 증명서 등 제출
검찰 “진술태도 등 볼 때 사망 가능성 높은 것으로 판단”
‘정태수 사망’ 진위 확인작업 계속…관련 수사도 이어질 듯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1998년 외환위기를 촉발한 이른바 ‘한보그룹’ 사태의 장본인 정한근(96) 전 한보그룹 회장과 그의 넷째 아들 정한근(54) 전 부회장이 12년간 에콰도르 등에서 도피생활을 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이같은 도피생활 끝에 지난해 신부전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25일 검찰에 다르면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예세민 부장검사)는 최근 체포된 정 전 부회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지난해 12월 사망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정 전 부회장은 아버지 정 전 회장의 죽음을 증명할 수 있는 관련 자료들을 자신이 가지고 다녔다는 진술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에 따라 파나마에서 정 전 부회장 검거 당시 압수했던 그의 소지품을 외교부로부터 전달받아 이를 확인했다. 그 결과 에콰도르 당국에서 발급한 사망증명서와 정 회장 것으로 추정되는 화장된 유골함 등을 확보했다.
[사진=뉴스핌 DB] |
특히 해당 증명서에는 정 회장이 신부전증으로 인한 심정지로 사망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해당 증명서의 진위 여부 등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화장된 유골의 경우 유전자(DNA) 검사가 불가능해 정 전 회장의 죽음을 뒷받침할 증거로 사용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 회장은 지난 2008년 치료를 목적으로 자신의 여권을 이용해 출국한 뒤 키르기스스탄 국적의 여권을 위조해 12년간 도피생활을 이어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전 부회장은 이보다 앞선 1997년 해외유전개발회사를 운영하다 회삿돈 322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수사를 받던 도중 잠적했다. 이후 해외로 출국해 대만계 미국인과 결혼, 미국 국적을 얻어 이 같은 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다.
최근 파나마 검거 당시에도 당국에 자신이 미국인임을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전 부회장은 아버지 정 전 회장이 출국한 뒤에는 그와 함께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부회장은 특히 정 전 회장의 병세가 급속히 악화된 2015년 이후에는 대부분 그를 보살피는 데 시간을 보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그러나 아직까지 정 전 회장 부자의 도피 생활 수준이나 거주 지역, 도피 경로, 도피에 도움을 준 인물 등과 관련해서는 기초적인 정보만 확인한 상태다.
이에 따라 전 회장 사망 등 정 전 부회장의 진술 내용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한 수사는 물론 정 전 회장 부자와 관련된 조사를 폭넓게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정 전 부회장은 22일에 이어 25일에도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과거 검찰에서 기소한 혐의 외에 추가 재산 국외 도피 등 혐의가 포착될 경우 관련 수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정 전 회장의 경우 사망설이 확인되면 체납액 2225억 원은 사실상 환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측 관계자는 “아직 더 확인을 해 봐야겠지만 정한근 씨가 갖고 있던 사망증명서나 정 씨 진술 태도 등을 보면 신부전증을 앓고 있던 정태수 회장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