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삼성전자 미국법인 팀장, 3일 MB 항소심 공판서 증언
“이학수 전 부회장 지시…명세서 오면 처리하면 된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자동차 부품기업 다스(DAS)의 미국 소송비 대납 사건과 관련해 삼성전자의 미국법인 전직 임원이 “다스 이름이 적힌 인보이스(명세서)를 받아 처리했다”고 증언했다.
전직 삼성전자 미국법인 전략기획팀장 오 모 씨는 3일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공판에서 이 같이 말했다.
오 씨는 “최도석 삼성전자 사장이 전화해서 ‘실장님’ 지시사항이라며 (미국 로펌) 에이킨검프의 인보이스를 받으면 CFO(최고재무관리자)에게 전달해서 처리하면 된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실장님이 누구냐’고 묻자 오 씨는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라고 답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다스 미국 소송비 뇌물 사건과 관련해 이를 직접 전달한 핵심 증인이다. 그는 지난 3월 이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07년에 김석한 변호사가 제게 찾아와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삼성이 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다스 자금 횡령과 뇌물수수 의혹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7.03 pangbin@newspim.com |
오 씨는 “김석한 변호사한테도 인보이스가 온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다스 관련 비용을 왜 미국법인에서 지급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거나 물어본 적이 없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미래전략실에서 지시한 사항은 항상 비밀스럽게, 다른 데 관여하지 않고 지시사항만 실행했기 때문에 의문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면서 “소송이라는 판단도 하지 않았다.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지난해 4월 9일 이 전 대통령에게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뇌물 등 14개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이 중 핵심은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 585만 달러(68억원)를 받은 사건이었다. 검찰은 이 같은 소송비 대납이 당시 수감 중이던 이건희 삼성 회장의 사면을 염두에 둔 뇌물이라고 봤다. 1심 재판부는 당선 이전인 2007년 대선 당시 삼성이 이 전 대통령에게 건넨 뇌물 6억여원만 무죄로 보고 나머지는 모두 유죄 인정했다.
검찰은 항소심 심리 종결을 앞둔 지난 5월 말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이 전 대통령의 다스 관련 삼성뇌물 사건에 대한 추가 증거를 이첩 받고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다스의 미국 소송을 대리했던 미국 로펌 에이킨검프는 삼성전자 미국법인에 38건의 인보이스(송장)를 보내 총 51억여원의 소송비를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가 검찰 측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여 이 전 대통령의 뇌물액은 종전 68억원에서 119억원으로 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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