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북한 정보 송출하는 시글리, 안보 위험으로 간주됐을 수도"
"G20과 트럼프 방한 마무리되면 연락 닿을 것으로 기대"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북한에서 유학 중이던 호주인의 갑작스런 억류 소식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과 관련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7일(현지시각) 호주 ABC 방송은 김일성대학에서 유학 중인 호주 퍼스 출신 알렉 시글리의 연락이 두절된 시점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던 것과 관련이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소개했다.
북한에서 억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호주인 유학생 알렉 시글리 씨 [사진= 페이스북] |
호주 국립대에서 북한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시글리와도 친분이 있는 레오니드 페트로브는 시글리가 소셜 미디어 채널에서 침묵하기 시작하고 가족과 친구들의 메시지에도 답하지 않는 등 갑자기 자취를 감춘 방법이 그의 평소 모습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페트로브 박사는 “북한 당국이 시글리의 블로그와 페이스북 계정에서 북한 관련 정보가 새어 나간다고 판단해 이를 폐쇄하기로 결정했을 수 있다”면서 “이는 매우 이례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오는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서 비무장지대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현재 한반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남한과 북한 모두에서 긴장이 높아지고 안보 수위도 강화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페트로브 박사는 북한에 관한 시글리의 블로그 활동이 안보 위험으로 간주됐을 수 있다면서 “대개 북한 소식은 베일에 가려져 있고, 언론인도 허용되지 않거나 까다로운 검열 대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1년 넘게 김일성 대학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북한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송출한 것이 (북한 당국에는) 잠재적 방해 요인으로 간주됐을 수 있다”면서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3차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던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백악관 측은 29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비무장지대도 방문할 예정이나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사라진 시글리에 관해 새로운 정보를 입수한 것이 없으며, 일본서 만난 각국 관계자들이 시글리 억류 사태에 관한 지원 의사를 표해 감사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페트로브 박사는 일단 G20 정상회의가 마무리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끝나면 시글리와 연락이 닿지 않겠냐며, 시글리가 위험한 상황은 아닐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호주 정부는 시글리 억류 문제를 평양 내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