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조기민영화, 외국자본도 무관... 김상조 생각과 동일
금융위-금감원 갈등 관계도 변화 예고, 금융혁신 강화 분석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이하 공자위)가 24일 ‘모처럼’ 열렸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잔여 지분 18.3% 처리방안을 결정하기 위한 자리였다. 박종원 공자위 민간위원장은 “2020년부터 3년간 모두 매각해 완전 민영화한다”며 “주가에 연연하지 않으며, 외국자본도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로써 2001년 예보의 지분 100% 보유 금융사로 출범한 우리금융이 20여년만에 시장에 돌아올 수 있게 됐다. 그 동안 정부는 이런저런 이유로 민영화를 늦춰왔고, 우리금융은 관치금융 영향력 하에 있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시절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사단법인 한국아시아경쟁연합 창립기념 세미나 ‘한·중·일 경쟁법의 최근 집행동향 및 주요 현안’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19.06.11 alwaysame@newspim.com |
정부의 태도가 최근 급작스럽게 바뀐 것을 두고 금융권에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책실장은 금융정책에 관해서도 큰 그림을 그리고 결정할 수 있는 자리다.
김 정책실장은 2016년 7월 한국경제학회의 `국내 은행산업 경쟁력 제고와 금융회사 민영화 방안` 세미나에서 "투자 주체가 지배적 대주주, 국내외 사모펀드(PEF), 중국계 자본인지 등을 따지지 말고 민영화 성공 자체에 의미를 두고 우리은행 매각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는 "(2016년)3월 기준 국내은행 총자산 중 47.4%를 정부통제은행(수출입은행 제외)이 차지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관치금융이 지속되고 기업 구조조정이 더딘 만큼 이번에 우리은행 조기 매각을 통해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앞당기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그의 주장대로 이번에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 방안이 나왔다.
금융계에 정통한 김 실장은 철학이 뚜렷하다.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와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과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유명하지만 한국금융연구센터 소장, 한국금융학회 부회장,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 금융산업발전심의회 의원 등 금융계와도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그가 2012년 내놓은 저서 ‘종횡무진 한국경제’를 통해선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방안도 내놨다. ‘금융개혁’에 큰 비중을 담아 한국식 금융, 금산분리, 공적자금을 다뤘다. 삼성·현대차·한화·롯데 등 통합금융그룹 감독방안, 주주권 강화, 관치금융 비판 등 최근 금융정책 방안들도 제시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회계감독 선진화를 위한 관계기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6.13 alwaysame@newspim.com |
김 정책실장의 생각처럼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가 전격 결정되면서, 금융권의 관심사는 금융감독 체계 개편으로 조금씩 움직이는 듯하다. 그는 현행 금융감독 체계와 관련, “그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하기 어려운 심각한 문제가 내재돼 있다”며 “감독기구가 관료조직과 민간조직으로 수직적 이층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2008년 금융감독 기능과 금융정책 기능을 하나로 합친 금융위를 탄생시킨 것은 정말 비합리적인 결정”이라고 했다.
이로써 금융위-금감원 사이의 갈등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즉시연금 분쟁, 키코 분쟁 등에서 금융사보다 소비자의 피해를 더 중시한데 비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키코 분쟁조정 대상인지 의문”이라며 엇박자를 냈다.
당시 윤종원 전 청와대 정책수석은 “금융업이 자금공급을 제대로 못했고, 부자들의 자금운용에 더 도움을 줬다”(글로벌금융학회 5월 심포지엄)면서 금융회사에 친화적이지 않은 시각을 보였다. 이에 금감원이 금융위를 상대로 일정부분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윤종원 전 경제수석은 금감원의 소통 채널이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까지 청와대와 금융감독체계와 종합검사서비스 등을 논의하고 있었다”면서, 김상조의 등장으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예고했다.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