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부가 자신의 정적(政敵)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일단 들어볼 것이며 이러한 사실을 미 연방수사국(FBI)에 굳이 알리지 않겠다고 말해 미국 워싱턴 정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방송된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들어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이같이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는 워싱턴 정계에서 미국 대통령이 미국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외국 세력을 용인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줄기차게 부인해 왔다.
미국에서는 선거 캠페인 도중 관계자가 외국 국적자에게 가치 있는 정보나 물품을 요구하거나 수용하는 것이 불법 행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정치 라이벌에 대한 모든 비밀과 정보라면 들을 용의가 있다”며 그러한 행위가 외국 세력의 선거 개입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이는 개입이 아니다. 그들에게 정보가 있다면 나는 그것을 받을 것”이라며 “뭔가 잘못됐다는 판단이 들면 FBI에게 가겠지만 (정보 제공자)를 그냥 쫓아내는 것이 더 낫지 않나”라고 말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즉각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제럴드 내들러 민주당 하원 법사위원장은 “미국 대통령이 스스로 외국 세력에 의존하고 외국 세력의 선거 개입을 용인하겠다니 충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편으로는 충격이지만 한편으로는 전혀 놀랍지 않다”며 “그는 비윤리적이고 비애국적인 행동이라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과거 여러 번 그래왔던 것처럼 또 다시 불법행위를 서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브렌다 로렌스 하원의원(미시간) 또한 “이는 분명히 불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 정부와 내통해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무너뜨릴 정보를 얻었다는 의혹에 대해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조사를 펼쳤고, 특검 조사 보고서를 받은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공모는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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