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대한항공 통해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혐의
“잘못 인정…앞으로 이런 일 없을 것”…기존 입장 번복해
검찰, 벌금 3000만원 구형…“대한항공 임직원 범죄자 전락”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필리핀 국적의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를 받는 이명희(70)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기존 입장을 바꿔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이에 검찰은 이 전 이사장에 대해 벌금 3000만원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안재천 판사)은 13일 오후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이사장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이 전 이사장은 최후진술에서 “(도우미 불법 고용에 대해) 잘 몰랐다고 하더라도 제가 고용한 사람을 꼼꼼히 살펴보지 못한 잘못은 인정한다”며 “제 부탁으로 일 해주고 조사 받으러 다닌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사과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언론을 통해 불법 고용 사실을 알게 된 후 곧바로 오랫동안 데리고 있던 도우미를 본국으로 돌려보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인천=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해외 명품 등을 몰래 들여온 혐의로 기소된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13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6.13 pangbin@newspim.com |
재판장이 입장을 바꾼 이유를 묻자, 이 전 이사장은 “지난 기일에 딸과 법원에 출석했을 때 책임은 나에게 있고, 재판이 길게 간다고 해서 책임을 면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지난해부터 남편의 병환으로 미국에서 병 간호에만 집중해 재판에 대해 변호인과 구체적인 논의를 못했다”고 대답했다.
이 전 이사장은 남편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을 언급하면서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변호인도 “지난 기일 이후 피고인과 상의를 했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은 책임 회피와 별로 다를 바 없고, 법률관계를 몰라도 잘못은 잘못이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은 불법여부에 대한 인식이나 도우미 모집과정에서 있었던 초청·체류·자격 등 전문용어는 전혀 몰랐다”면서 “모든 것을 알면서 한 행동과는 차이가 있고, 이 점을 참작해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선처를 바란다”고 했다.
이날 검찰은 “피고인의 범행 가담기간·초청 인원 수 및 대한항공 임직원을 불법에 가담하게 해 범죄자로 전락시킨 점을 고려했다”며 “위계공무집행방해죄와 출입국관리법 위반죄의 벌금 최고형 2000만원에서 가중한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지난달 2일 열린 첫 재판에서 이 전 이사장은 “대한항공 비서실을 통해 도우미 고용을 부탁한 사실은 있으나, 고용이 불법이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은 대한항공 회장 비서실에 가사도우미 고용을 지시해 지난 2013년부터 2018년 초까지 필리핀 국적의 여성 6명을 대한항공 직원인 것처럼 입국시킨 뒤, 불법 고용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이날 변론을 종결하고 내달 2일 오후에 선고 기일을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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