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국제 유가가 베어마켓에 진입한 가운데 러시아와 사우디 아라비아가 엇박자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사우디를 축으로 한 중동 산유국의 감산에 적극 공조했던 러시아가 추가 감산을 저울질하는 사우디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
원유 배럴[사진=로이터 뉴스핌] |
무역전쟁과 경기 침체 공포에 따른 유가 급락이 투자 심리를 더욱 급랭시키는 가운데 러시아와 사우디의 회동 결과에 시선이 집중됐다.
6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인터팍스와 인터뷰에서 적정 유가 수준에 대해 사우디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소식은 이달 말과 내달 초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러시아의 회담에 난기류가 형성될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다.
전날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베어마켓에 진입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날 장중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추가 하락한 뒤 1.8% 반등하며 배럴당 52.29달러에 거래됐다. 하지만 여전히 베어마켓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존의 감산 합의안의 만료를 앞두고 유가가 급락하자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산유국들은 감산안을 하반기에도 시행, 유가를 부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상황.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OPEC의 주장에 만기를 든 셈이다. 지난 2016년 이후 OPEC과 원유 수급 불균형 해소에 적극 협조했던 러시아가 엇박자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사우디가 안정적인 국가 재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80~85달러 선에서 유지돼야 한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달 말 정기 총회에 앞서 사우디의 칼리드 알 팔리 에너지 장관과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석유장관은 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국제경제포럼에서 회동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양국 장관은 지난 4월 이후 이어진 국제 유가 급락에 따른 의견을 나누고, 총회에서 논의할 원유 시장 안정화 방안의 얼개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연초만 해도 월가의 투자은행들 사이에 배럴당 100달러 전망이 나왔던 국제 유가는 미국과 중국, 이어 멕시코까지 번진 무역 냉전 리스크에 가파르게 하락했다.
WTI는 배럴당 50달러 선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미국의 이란 제재를 빌미로 한 유가 상승 탄력이 힘을 다했다는 분석이다.
이달 말 총회에서 산유국들의 감산 연장안 합의가 타결되지 않을 경우 유가의 추가 하락 여지가 높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유가 급락이 투자자들 사이에 지구촌 경기 침체 공포감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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