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베트남 외교부가 자국이 캄보디아를 "침공하고, 점령했다"는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의 발언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VN익스프레스와 베트남플러스 등에 따르면 레 티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가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략하고, 점령했다는 발언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역사적 진실을 객관적으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유감스럽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31일 리센룽 총리가 98세의 나이로 서거한 태국의 프렘 틴술라논다 추밀원(국왕의 정치 자문기구) 원장 겸 전 총리를 추모하며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비롯됐다.
캄보디아 크메르타임즈에 따르면 리센룽 총리는 페이스북에 "그의 리더십은 이 지역(동남아시아)에 혜택을 주었다. 프렘 전 총리의 재임 시기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다섯 곳이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에 맞서 싸운 시기와 일치한다. 또 캄보디아 정부가 크메르루주를 대신한 시기와도 일치한다"고 적었다. 총리는 이어 당시 "태국이 캄보디아 국경을 넘으려는 베트남 군에 맞서 최전방에 있었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레 티 투 항 대변인은 캄보디아 국민과 함께 크메르루주 대학살을 종식하기 위해 나선 베트남의 공헌과 희생은 널리 인정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대변인은 이어 싱가포르 측 카운터파트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1975년부터 1979년까지 캄보디아를 지배했던 공산주의 무장단체 크메르루주는 정권을 장악한 뒤 수백만명에 달하는 시민을 학살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크메르루주 정권은 1979년 베트남 군부와 그 지원을 받는 캄보디아 공산동맹군의 공격으로 무너졌다. 하지만 리센룽 총리가 크메르루주 정권에 맞섰던 베트남군의 지원을 '캄보디아 침공'이라고 표현하면서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총리의 발언에 캄보디아 정부도 반박에 나섰다. 띠어 반 캄보디아 국방부 장관은 크메르타임즈에 리센룽 총리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며, 역사를 반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그가 말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는 이미 베트남 지원군이 캄보디아 국민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캄보디아에) 왔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왔다"고 주장했다.
레 티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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