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편의점 도시락이 나트륨 논란으로 연일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올해 들어 소비자단체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경종을 울린 데 이어 서울시마저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내달 검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편의점들은 속앓이만 하고 있다. 도시락이 핵심 상품군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자칫 ‘나트륨 덩어리’로 낙인찍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 업계에선 나트륨 저감의 필요성에 대해선 동감하면서도, 도시락 상품 전체에 나트륨 범벅이라는 오명을 씌우는 것은 다소 억울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식품정책과는 지난달 각 자치구별로 편의점도시락 75종을 일제히 수거해 영양분석에 들어갔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 석 달간 영양성분 및 미생물 오염 여부를 검사해 이르면 7월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 고객이 편의점에서 한식도시락을 구매하고 있다.[사진=BGF리테일] |
앞서 식약처도 시중 편의점도시락 51종의 평균 나트륨함량이 1334㎎으로 1일 나트륨 권장섭취량(2000㎎)의 66.7%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정부 부처에 이어 지자체까지 편의점 도시락을 두고 전방위적 압박이 가해지면서 편의점업계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 도시락은 편의점 전체 매출 성장을 이끄는 핵심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편의점도시락 시장은 전년대비 40% 성장한 35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올해(1~5월) 들어서도 세븐일레븐의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34% 급증했다. 같은 기간 GS25에서도 15.6%나 늘어났다. 전국에서 하루 평균 45만개의 도시락이 팔려나간다.
이처럼 편의점도시락을 즐기는 ‘편도족’이 늘어날수록 나트륨 논란도 거세졌다. 한끼 섭취할 경우 하루 나트륨 권장섭취량에 육박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도시락 표본 자체가 염분이 높을 수밖에 없는 한식도시락에 치우친 탓에 나트륨 공포가 부풀려졌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실제 식약처가 이번에 발표한 51종의 도시락 중 46종이 한식도시락이다. 서울시 역시 샘플링 검사를 위해 수거한 도시락의 82.6%가 한식도시락이다.
서울시는 당초 25개 자치구별로 일반도시락 2종·샐러드도시락 1종씩을 각각 수거해 표본의 약 30%를 비한식도시락으로 채우려했지만, 수거 매뉴얼을 바꿔 전세 시료중 업체당 1개의 샐러드도시락만 샘플로 포함시켰다.
서울시 식품정책과 관계자는 “당초 계획과 달리 자치구에서 25개만 수거를 하고 시에서 따로 50개를 수거하면서 샘플 선정이 달라졌다”며 “특별한 기준은 없다. 자문회의를 통해 시중에 주로 판매되는 상품 위주로 선정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샘플의 대다수가 한식도시락 위주로 선정되다보니 나트륨 평균함유량은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인의 일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약 4500㎎으로 WHO 권고에 2배를 넘는다. 흔히 먹는 한식이 기본적으로 나트륨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굳이 편의점도시락이 아니더라도 된장찌개·김치찌개·육개장 등도 1인분만 섭취해도 하루 나트륨 섭취량에 육박한다. 김치와 콩나물무침 등 밑반찬을 같이 섭취하면 한끼에 2000㎎을 훌쩍 뛰어넘는다.
한 고객이 편의점에서 돈까스 도시락을 살펴보고 있다.[사진=GS리테일] |
편의점들은 자체적으로 나트륨 저감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나트륨을 줄여 재출시하거나 건강 도시락류도 꾸준히 내놓고 있다.
현재 GS25의 경우 운용중인 도시락 20종 중 12종만 한식도시락이다.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의 한식도시락 비중도 각 51.4%, 35.2%로 낮아졌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나트륨 저감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 편의점업체 관계자는 “도시락의 과도한 나트륨 함유는 분명 개선해야할 부분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편의점도시락만의 문제로 몰아붙일게 아니라 한식 위주로 구성된 식단의 저염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업부서에서도 나트륨 저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유통구조 특성상 현실적 제약이 불가피하다는 고충도 만만치 않다. 제조공장부터 전국 수만개의 점포로 이동해 진열을 거쳐 고객에게 판매될 때까지 편의점도시락의 유통기한은 42시간에 불과하다.
방부제 자체를 사용하지 않다보니 식약처 기준(48시간)보다도 짧다. 그러나 아무리 저온배송 시스템을 갖춘다 하더라도 신선도 유지를 위해선 어느정도의 염분 함량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솔직한 현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혹시 모를 최소한의 부패 방지나 소비자의 입맛까지 고려한다면 나트륨을 무작정 줄이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인기 도시락 외에도 나트륨을 줄인 건강 도시락류도 꾸준히 개발해 저염식을 원하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편의점업계는 지난달 28일 식약처와 간담회를 갖고 도시락 제품의 나트륨 저감을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들 업체는 도시락의 나트륨 저감을 위해 △나트륨 자체 기준 설정 및 관리 △나트륨 저감 도시락 개발 △건강 도시락 판매대 운영 등 자체 계획을 수립해 추진할 계획이다.
[표=서울시가 편의점도시락 영양성분 검사를 위해 샘플로 수거한 상품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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