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힌 멕시코 관세가 실제로 강행될 경우 미국 자동차 업계가 침체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디트로이트의 메이저들 가운데 멕시코 산 부품을 사용하지 않는 업체는 전무하고, 카 시트를 포함한 관련 제품들 역시 멕시코 의존도가 상당한 사실을 근거로 볼 때 관세 충격이 10년 전 금융위기만큼 강력할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 유럽, 한국 등 주요국 자동차 업계도 멕시코 관세로 인한 타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차량 [사진=로이터 뉴스핌] |
31일(현지시각) 미국 자동차 업체와 월가의 투자은행(IB)은 제품 가격 인상부터 판매 급감, 대규모 감원까지 관세 후폭풍에 대한 경고음을 쏟아냈다.
미국 자동차제조업협회는 공식 성명을 내고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무역 장벽이 들어서면 미국 소비자와 고용, 투자까지 전방위적인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자동차 부품이 수 차례 양국 국경을 오간 끝에 완제품으로 만들어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관세 파장이 예상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입된 차량은 252만대로, 전체 판매 규모의 14.6%를 차지했다.
미국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멕시코에서 수입한 자동차 부품만 594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LMC에 따르면 피아트 크라이슬러의 지난해 판매량 가운데 멕시코 수입 비중이 18%로 나타났고, 포드의 멕시코 비중도 10%에 달했다. RBC 캐피탈은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대표 상품 모델3의멕시코 의존도가 25%에 이른다고 밝혔다.
도이체방크는 보고서를 내고 멕시코 관세가 현실화되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가격이 평균 1300달러 상승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가격 인상으로 인해 연간 자동차 판매가 300만대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도이체방크는 내다보고 있다. 가뜩이나 하강 곡선을 그리는 판매량이 현 수준에서 18% 급감할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이 경우 미국 자동차 업계가 10년 전 위기 당시와 같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고, 1000만명에 이르는 관련 업계 근로자들의 대량 실직 사태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에 생산라인 및 판매망을 둔 해외 자동차 업체 역시 멕시코 관세로 인해 일격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포드와 제너럴 모터스(GM)는 물론이고 폭스바겐을 포함한 유럽 자동차 종목이 일제히 하락한 것은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관세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무역 정책 매파로 통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장관이 반기를 들었던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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