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 소식 찾기 힘들어...물류비·인건비·보조금 영향
[서울=뉴스핌] 권민지 기자 =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화학 회사들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장악했다. 이들은 폴란드, 헝가리,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각지에 생산거점을 구축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이 없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LG화학 국내외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 현황 [자료=LG화학] |
20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폴란드에서 연간 6기가와트 규모의 배터리를 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양산에 돌입한 후 약 700여명을 직접 고용했다. 지역상권 활성화, 관련 산업망 형성 등의 간접적인 효과를 더하면 총 2000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LG화학는 폴란드 공장을 중심으로 유럽 생산기지를 확대하고 있다.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부문장은 최근 폴란드 현지 법인 행사에서 "2~3년 내 유럽 생산 능력을 70기가와트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관해 LG화학 관계자는 "투자 규모나 국가 모두 정해진 게 없다"며 "유럽 다양한 지역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의 목표대로 2022년 글로벌 생산규모가 110기가와트까지 확대되면 세계 최고의 자리를 굳힐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고용 증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LG화학의 국내 배터리 공장은 충북 청주 오창 공장이 유일하다. 오창 공장의 규모는 폴란드와 동일한 6기가와트로 약 1000명의 생산직 직원이 근무 중이다.
SK이노베이션 국내외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 현황 [자료=SK이노베이션] |
SK이노베이션은 유럽 생산기지로 헝가리를 낙점했다. 헝가리 코마롬에 위치한 제1공장은 내년부터 연간 7.5기가와트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내년 상업 생산에 돌입하면 최대 1200명의 신규 고용이 예상된다. 관련 산업 부흥과 상권 형성 등으로 창출되는 부수적 일자리 또한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착공한 헝가리 제2공장은 2022년부터 연간 9기가와트의 배터리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헝가리 제1,2공장에서 양산하는 총 배터리 규모는 16.5기가와트로 국내 생산 거점인 충난 서산 공장 생산능력(4.7기가와트)의 3.5배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2년 양산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에도 배터리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지난 15일에는 중국 내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서산 공장 이후 SK이노베이션의 신규 투자 계획은 찾기 힘들다.
◆물류비·인건비·보조금 등 고려하니...유럽行 선택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폴란드와 헝가리에 투자를 진행한 것은 물류비, 인건비, 보조금 등을 고려한 선택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주 거래처인 볼보, 폭스바겐, 다임러 등의 완성차 공장은 대부분 유럽에 위치해있다. 폭스바겐, 다임러 등은 독일에, 볼보는 벨기에에 공장을 두고 있다. 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 독일까지 차로 7시간 거리인 헝가리는 물류비 절감을 위한 선택인 셈이다.
인건비도 국내에 비해 동유럽이 저렴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제조업 종업원의 임금은 월평균 386만원이었다. 반면 폴란드는 1/3가량인 129만원에 불과했다. 헝가리는 2015년 기준 월평균 118만원이었다. OECD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봐도 저렴하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최저 임금은 시간당 8350원인 반면 폴란드와 헝가리는 절반인 4130원이다.
제도적 지원 또한 국내외 차이가 크다. 헝가리와 폴란드는 기업의 투자에 보조금으로 화답했다.
헝가리는 266억원(2000만 유로) 이상 투자 시 신규 고용, 투자 목적 및 입지 지역에 따라 VIP 현금지원 혜택을 제공한다. 헝가리 코마롬 제1공장에 SK이노베이션이 투자한 금액은 약 8500억원으로 VIP 현금지원 수혜자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 또한 LG화학의 투자에 보조금으로 답했다. 폴란드 정부는 LG화학의 배터리 공장 건설비의 약 11%에 달하는 479억원(3600만 유로)을 현금으로 지원했다.
dotor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