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5일 기자간담회 등 검토 뒤 연기..법무부는 검찰총장 후보 천거
문재인 대통령 “검찰이 보다 겸허한 자세 가져야” 지적 의식한 듯
간담회 연기 보다 사실상 ‘취소’에 가까워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검경수사권 조정안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한 문무일 검찰총장이 오는 14~15일 계획한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기자간담회를 돌연 연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을 겨냥한 쓴소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13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문 총장은 최근 수사권 조정 관련 검토할 사항이 많아 간담회를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검찰 내부적으로 수사권 관련 입장을 정리하는대로 문 총장이 적절한 시기에 기자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문 총장의 기자간담회 계획은 사개특위가 4월말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린 뒤 공식 반발하면서부터 계획됐다. 해외 출장 중 문 총장이 반대 의견을 낸 데 이어, 지난 3일 귀국해 또 다시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문 총장은 귀국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과거 검찰 업무수행에 관해 일부 지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저 또한 업무수행 방식에 일부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빈틈이 생겨서는 안된다”고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 대해 부정적인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귀국 뒤, 첫 출근한 7일에도 문 총장은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와 더불어 수사 개시와 종결이 구분돼야 국민의 기본권이 온전히 보호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며 수사종결권을 경찰과 나누는 것을 경계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2018.05.18 yooksa@newspim.com |
수사종결권은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피의사건이 해명됐을 때 검사가 수사절차를 종료하는 검찰 고유의 권한이다. 공소제기는 검사가 특정 형사사건에 대해 재판에 넘기는 행위다. 문 총장은 검경수사권 관련 검찰 입장 발표를 준비해왔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는 오는 7월 24일 임기 만료를 앞둔 문 총장의 후임 인선에 착수했다. 법무부는 13일부터 20일까지 검찰총장 제청 대상자로 적합한 인물을 천거 받을 예정이다. 또 법무부는 검경수사권 조정안 관련해서 대국민 성명 등 형태로 발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 제청 대상자는 현행 검찰청법에 따라 15년 이상의 법조 경력이 있는 판사, 검사 또는 변호사여야 한다. 일각에선 문 총장의 검경수사권 관련 발표를 두고 문 총장의 ‘힘 빼기’란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KBS와 취임 2주년 특집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해 “검찰이 보다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 점도 문 총장으로선 기자간담회를 열기에 부적절한 시기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분명하게 검찰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도, 수사권 조정도 검찰이 사정기구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 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혁 방안으로 논의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때문에 문 총장의 검경수사권 기자간담회 연기는 사실상 취소에 가깝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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