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이상 연체 고객 비율, 1년 새 0.7%p 급등
카드론 이용 다중채무자 잠재부실률 더 심각, 0.75%p ↑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경기침체로 인해 신용카드사의 잠재부실률이 크게 올랐다. 대체로 경기가 어려워지면, 신용등급이 낮은 취약차주들이 주 거래하는 저축은행, 카드사 등 2금융권에서 징후가 먼저 포착된다.
13일 NICE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 2월 카드사의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잠재부실률은 5.64%로 전월 대비 0.15%포인트 상승했다. 인상폭은 은행(잠재부실률 약 5.7%) 0.18%포인트, 금융지주(약 6.2%) 0.16%포인트, 기업(약 5.3%) 0.14%포인트다.
잠재부실률은 30일 이상 연체기록을 보유한 대출자(차주)의 비율을 말한다. 통상 30일 이상 연체된 대출채권의 비중을 가리키는 연체율과는 차이가 있다.
카드론 잠재부실률은 2017년 초 약 4.5%, 2018년 초 약 4.8%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1년간 카드론 잠재부실률의 상승폭은 0.7% 수준이다. 이 역시 은행, 금융지주, 기업 등 모든 카드사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더욱이 카드론을 이용하는 다중채무자의 잠재부실률이 오름세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중채무자는 3개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보유한 차주로, 대표적인 취약차주(다중채무+저소득이거나 저신용)다. 특히 지난해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내 카드론 잔액 중 60% 이상은 다중채무자 몫이었다.
지난 2월 카드론을 보유한 다중채무자의 잠재부실률은 7.36%로 0.2%포인트 올랐다. 1년 전보다는 0.75%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특히 카드론을 보유한 저신용 다중채무자의 잠재부실률은 1개월 새 0.85%포인트나 올랐을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최근 경기침체 영향이란 분석이 나왔다. 신용카드학회장인 이명식 상명대 교수는 "국내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2금융권 의존도가 높은 자영업자, 저신용자 등의 상환능력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올 1분기 연체율이 작년 한해 상승폭만큼 올랐다는 점에서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리스크관리 담당자도 "통상 경기가 어려우면 저축은행, 여전사, 보험 순으로 2금융권에서 먼저 징후가 나타나는데,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며 "건전성을 방어하기 위해 금융사가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안은 연체위험이 높은 대출취급을 줄이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카드사들도 대출심사 요건을 강화하는 등 건전성 악화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2017년 하반기 금리인상 이후 지난해부터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대출 자격요건 강화, 신용한도 조절 등 단계적 조치를 취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