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다영 기자 = 일명 '보톡스'로 불리는 미용 성형 시술용 의약품인 보툴리눔 톡신의 출처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법정 공방에 불이 붙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증거 제출을 명령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설지 관심이 모인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ITC 행정법원은 최근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미국명 주보)'의 핵심 성분인 보툴리눔 관련 서류 정보를 메디톡스가 지정한 전문가들에게 오는 15일까지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ITC의 명령은 증거개시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대웅제약이 나보타의 균주와 관련한 서류와 정보를 메디톡스가 지정한 전문가들에게 강제로 제출해야 한다는 처분이다.
양사는 "이번 감정을 통해 허위 주장임을 밝혀내겠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메디톡스 측은 "나보타의 균주 관련 서류와 정보를 확보해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등 다양한 검증 방식으로 대웅제약의 불법 행위를 밝혀낼 것"이라며 "출처가 불분명한 보툴리늄 균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20여개가 넘는 국내 기업들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 측은 "ITC의 명령에 성실히 임해 제조 방법뿐 아니라 균주에 대해서도 모든 허위 주장을 입증하고 분쟁을 완전히 종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경을 넘나드는 '보톡스 전쟁'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두고 벌어진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법정 공방은 2016년부터 시작돼 미국과 우리나라를 넘나들고 있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를 두고 메디톡스가 자사의 균주를 도용한 제품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나보타는 올해 2월 국내 보툴리눔 톡신 중 가장 먼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미간주름 적응증에 대해 판매허가를 받았다.
메디톡스는 나보타의 균주와 제조공정에 대해 문제 삼고 나섰다. 전직 직원이 보툴리눔톡신 균주와 제품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절취해 대웅제약에 제공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대웅제약은 이를 두고 메디톡스의 허위 주장이며 음해 행위라고 반박해왔다. 대웅제약은 나보타가 용인의 마구간 토양에서 발견된 보툴리눔 톡신 균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며 메디톡스의 실험실용 균주와 출처가 다르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나보타는 무성생식을 위한 '포주'를 형성하기 때문에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 메디톡스의 실험실용 균주와 출처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양사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2017년 6월 메디톡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대웅제약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후 2017년 10월 메디톡스가 국내 법원에도 같은 내용으로 소송을 제기하자, 해당 법원은 한국 소송 절차가 해결될 때까지 소송을 중단하는 것으로 결정해 이 소송은 각하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메디톡스와 미국 파트너사 앨러간은 올해 2월 ITC에 대웅제약과 그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제소했다. 올해 3월 1일 ITC는 내부 검토를 마치고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대웅제약의 증거 제출과 더불어, 국내 민사 소송에서는 앞으로 양사의 균주에 대해 포자 감정을 앞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균주 논란이 주장을 넘어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대한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디톡스는 ITC와 국내 민사소송의 결과에 따라 대웅제약이 나보타 생산 자체를 중단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반면,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미국 사업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대응하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국내 법원에서 진행될 포자 감정을 통해서 메디톡스의 허위 주장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allzer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