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갤러리아면세점이 오는 9월 영업을 종료한다. 2015년 12월 여의도 63빌딩에 문을 연지 4년여 만이다.
지난해 제주공항점 영업을 종료한 한화그룹은 시내면세점 특허까지 조기 반납하며 면세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9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오는 9월 갤러리아면세점63의 영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적자에 허덕이는 면세사업을 정리하고 백화점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경영적 판단에 따른 조치다.
지난 2015년 12월 28일 진행된 갤러리아면세점 63 오픈행사[사진=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2014년 제주국제공항 출국장을 시작으로 면세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듬해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면세 사업 확장에 나섰다.
그러나 잇단 특허권 남발로 서울 시내 면세점이 급증하며 출혈경쟁이 이어졌고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 발길마저 끊어지면서 적자를 면치 못했다.
갤러리아면세점은 2015년 144억원, 2016년 439억원, 2017년 439억원, 2018년 293억원 등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계속해서 적자를 이어가면서 면세사업은 그룹의 신성장 동력에서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누적 적자가 1000억원을 훌쩍 넘어가면서 회사 측은 영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간 한화갤러리아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결국 사업 조기 철수를 막지는 못했다.
지난해 3월 재무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옥외 주차장 부지를 291억원에 매각했고 적자 사업도 정리했다. 앞서 2월에는 제주국제공항점도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조기 철수를 택한 바 있다.
임직원들의 고통 분담도 소용이 없었다. 면세사업 적자를 낸 2017년에 갤러리아 임원들은 연봉 10%를 자진 반납했다. 부장과 차장급 등 중간관리자를 포함한 전체 임직원의 25%가 상여금을 자진 삭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적자 행진은 이어졌고 결국 이번에 하나 남은 사업장마저 영업종료를 결정하면서 한화그룹의 면세사업도 이대로 끝났다.
업계에서는 무분별한 시내면세점 특허권 발급에 따라 우려했던 ‘승자의 저주’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갤러리아가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권을 획득한 2015년 이후 서울 시내 면세점수는 6개에서 13개(지난해 기준)로 3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했다.
한화갤러리아는 당시 서울 신규면세점 특허권 입찰에서 호텔신라, 하나투어와 함께 사업자로 선정된 바 있다. 선두 사업자인 호텔신라를 제외하고 면세업에 첫 발을 내딛은 하나투어 역시 승자의 저주를 피하지는 못했다.
한화 갤러리아면세점63[사진=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
하나투어의 SM면세점도 생존을 위한 긴축 경영만 이어가고 있다. SM면세점은 2016년 279억원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017년 275억원, 2018년 13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규모를 줄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사업 전망은 어둡다. 특히 연매출 35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무색하게 오픈 첫 해 매출은 563억원에 그쳤다.
총 6개층 매장으로 운영되던 SM면세점 서울점은 어느새 2층 규모의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2017년 913억원으로 늘어났던 매출액도 지난해 다시 585억원으로 급감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매출이 매년 신기록 행진이라지만 수익성은 별개의 이야기”라며 “특히 면세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선두 사업자들이 시장을 독식한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은 살아 남기 위해 과도한 송객수수료와 마케팅 비용을 부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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